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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프치히
시절 탓
by
혜령
Feb 4. 20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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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곡가 바흐가 지휘자로 활동하며 일생을 마쳤던 곳이다. 성 토마스 교회 앞에 바흐의 동상과 내부의 무덤은 사람들의
방
문을 끊이지 않는다.
가까운 곳에 노란 건물은 바흐 박물관은 대대로 음악가 집안이었던 그의 가문에 대한 자료가 전시되고 있다.
유럽에서 가장 큰 기차역이었던 역사를 가진 라이프치히.
구시가 거리는 활기차고 아름답다. 낭만적인 아치문을 통해 오래된 상점과 이야기가 넘치는 거리가 밤을 밝힌다.
파
우스트에 등장하는 술집이 아케이드 안에 있어서 놀랐다. 소설 속의 장소가 존재한다는 사실이 괴테의 흔적을 소중하게 여기는 모습으로 비친다.
어두워진 거리에 노란 가로등 불빛아래를 지날 때 범상치 않은 현악사중주의 음률이 발걸음을 잡는다. 조금 추웠지만 충분히 참고 서서 음악에 빠져들 만큼 아름답다. 음악의 선율보다 아름다운 젊은이들의 모습이 라이프치히의 밤을 위로한다.
비 오는 새벽.
밤새 번개도 번쩍이고 천둥도 울었다.
불
편한 기억이 잠을 깨우고 타지의 스산함이 몸과 마음을 움추러들게 한다.
아침에 내려다본 거리엔 바람이 불어 흔들리는 계절을 알린다.
무엇을 보려고 이 먼 곳까지 가을을 데리고 왔을까.
녹이 슬어 떨어지는 녹가루도 알고 물밖로 나와 말라가는 조개껍데기의 비명도 새롭지 않은데. 선명하지 않은 불쾌함은 그냥 시류 탓일까 한다.
노잼이라는 독일은 재미있었고 흥미롭기까지 했으며 기대이상의 감흥을 주었다.
시간의 강을 거슬러 오르는 여행의 맛을 충분히 얻었다. 기차 예약석을 문제 삼아 분명 그들의 실수임에도 언어의 장벽을 넘지 못하는 이방인에게 기어이 민폐를 끼치고 마는 호전적인 게르만 여인.
그럴 수도 있다고 이해하자. 그럼에도 인간이 인간에게 전하는 선명한 악취는 감추어지지 않는 불쾌함으로 남는다.
관광국으로는 아직 미성숙한 것인지. 나만 느끼는 것인지. 오스트리아와 독일의 잔상은 자꾸만 그렇게 아쉬워진다.
문화와 예술이 공통의 언어이기에 다행이라고 위안한다. 그것으로 여행의 의미는 충분하다. 전범국의 유전자는 감추어졌을 뿐 사라지지 않은 채 영리한 장막에 가려져 있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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