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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혜령 Mar 03. 2024

삼월에서 오월까지는

열정에 불이 붙는다.

이런 시간이 왔다는 것은 축복이다. 움직이고 싶은 방향이 있고 동기가 있고 기회가 있다는 것이 감사하다.

파리는 나에게 그랬다.

내가 잘할 것 같은 일. 경험이 없어도 낯설지 않은 일. 꿈에 자주 봐서 이미 아는 길. 뭐 그런 엉뚱한 자신감으로 파리는 내게 익숙했다. 처음의 마음이 식지 않아 또다시 찾아간다.

긴 일정의 시작과 끝이 될 것이다.

프랑스 또한 그리움을 닮은 아련한 풍경이었다.

무스띠에 생트마리의 별과 니스의 해변.

에즈의 언덕과 니체의 산책로.

과 앙티브의 피츠제랄드.

그리고 피카소와 샤갈.

마르세유의 뮤젬과 아비뇽.

몽펠리에와 상 프로방스.

카르카손의 성과 마을.

 아를의 고흐와 님의 거리.

생각만으로 아득했던 그곳에 함께 존재할 수 있다는 기쁨으로 출발한다.

긴 시간. 어쩌면 가능하다면 이 공간에 그 풍경을 담을 수 있을 것이다.

그림을 동경하던 나의 어린 시절이 어른이 된 나를 파리로 향하게 하고 늙어가는 나를 프로방스로 부른다.

보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한 그림은 우리에게 무엇일까. 그림에서 들리는 소리와 느껴지는 계절과 숲과 꽃의 향기는 어떻게 나에게 오는 것일까.

샤모니 몽블랑의 높은 얼굴과 차가운 봄바람도 만날 것이다.  삼일 그 마을에 묵으며 지루한 사치를 누릴지도 모른다. 아직 하이킹을 할 수는 없을 것이고 그래서 몽블랑 익스프레스를 이용할 것이다.

체르마트의 마터호른보다 더 높은 에귀디미디의 얼굴을 보러 간다. 옹과 안시의 밤. 티우 운하와 팔레 드 릴. 루소와 바랑부인의 이야기가 흐르는 알프스자락의 도시로 갈 것이다.

상상하고 품었던 시간과 공간으로 난 길을 간다.


함부르크와 근처의 소도시들.

큐브미관의 야경이 아쉬웠던 슈투트가르트.

덴마크로 가는 여정 중에 함부르크를 경유한다.

경유하는 김에 이틀쯤 쉬어 가기로 한다.

지난번 독일 일정에서 빠진 부분이기도 하다.

검고 푸른 어둠이 내리면 몇 장면쯤에 내가 걷고 있을지도 모른다.

코펜하겐의 봄.

오덴세의 안데르센을 만나고 말뫼로 가는 기차를 탈것이다.

북유럽으로 가는 예행연습을 조금 하는 마음으로.

그리고 스트라스부르와 콜마르.

다시 파리로 돌아오면 에트르타와 캉.

몽쉘미셀과 옹플레르.

이 모든 여정이 선물이다. 잘 다녀와서 이 공간에 나누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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