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혜령 Mar 19. 2024

마르세유 2

빨간 버스를 타다.

  언덕을 차지하고 우아한 자태로 내려다보는 성당은 반드시 내가 올 것이라 여기는지 위풍당당하다.

그래서 버스를 타고 올라가본다.

가는 길이 선물이다.

화려한 요트의 사열을 받으며 언덕을 오르자 이프성을 안은 지중해의 햇살이 눈부시다. '몬태크리스토 백작'의 배경이 된 섬이자 요새이다.

 칼랑크로 이어지는 해안선을 따라 하얀 바위절벽이 끝도 없다.

 가파른 경사면을 잘도 오르는 버스의 이층 자리에서 -마르세유는 이런 곳이다- 하는듯한 경치가 차고 넘치게 나타난다.

  과일가게와 동네 빵집을 돌아 작은 문을 열고 나오시는 할아버지의 낡은 가방까지 완벽한 남부의 편안함이 사랑스럽다.

 일찍 오길 잘했다.

인파에 치이는 상황을 피해 조용히 편안한 산책이 이어진다.

 바실리크 노트르담.

촌의 이야기가 그렇듯 어부들의 수호성으로 황금빛 성모상이 꼭대기에서 반짝인다. 등대인 듯 구원인 듯.

돌산 위에 든든히 앉은 성당의 풍모는 후덕한 어머니의 모습이다.

성당으로 들어가 생각보다 아담한 내부를 보고 초를 켰다. 인류를 위하여.

주변의 전망대를 돌며 마르세유를 내려다보았다.

 귀여운 천사 조각상의 모습을 사진에 담고 아직은 무지 시원한 바람을 피해 돌계단에 앉아 버스를 기다렸다.

완벽한 곡예운전을 하시는 기사님과 눈인사를 하고 비탈진 마을을 내려오기 위해 버스를 탔다.

골목마다 빵냄새 커피 향이 가득하다.

생선요리와 스테이크 냄새도.

사람들이 가득 앉은 항구의 레스토랑.

어느새 점심이다.




작가의 이전글 마르세유 1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