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의 근육
삶의 한 계절을 잘 보내기 위한 노력이다.
공항 검색대를 통과할 때면 죄가 없어도 긴장을 하게 된다. 기내용 가방에 무엇을 넣었는지 빠르게 기억해 내고 어떤 금속도 몸에 지니지 않는다.
고무줄 바지와 헐렁한 블라우스가 최고다.
카디건이나 점퍼하나를 배낭에 넣어 다니면 필요할 때 요긴하다.
책 한 권 가지고 다니는 버릇은 무거워도 감수하고 계속되고 있다.
핸드폰으로 온갖 정보와 오락과 영화까지 다 볼 수 있지만 긴장된 마음을 녹이는 것은 종이책만 한 것이 없다.
한두 시간씩 기다려야 할 때도 라운지를 이용해 식사를 하고 책을 읽는다.
나이 들면서 긴장은 또 다른 병처럼 나를 괴롭힌다. 갑자기 배가 아프거나 체하거나 불편해진다.
누가 뭐라고 하는 것도 아닌데 괜히 긴장을 하곤 탈이 난다. 나도 모르는 사이에 그러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는 책이 약이다.
공부는 책을 보는 것뿐만이 아니라 삶을 대하는 자세라는 말이 있다.
가끔은 나를 놀라게 하고 겸손하게 만드는 아들의 입으로도 들은 적이 있는 말이다.
삶에 대한 다양한 스펙트램에 노출될 때 어떤 자세를 가질 수 있는지 자신을 시험대에 올려두곤 한다.
한없이 부족하고 미련할 때도 있고 그나마 평정심을 유지하고 약간의 지혜를 얻기도 한다.
나는 근육이라는 표현을 쓰곤 했다.
마음의 근육.
몸의 근육이 그러하듯 평소에 꾸준히 만들어 간다면 유사시에 반드시 유용하다.
마음의 근육도 평상시에 만들어 놓는 것이 감정의 균형을 놓치지 않는 방법이 된다.
몸을 다치지 않듯 마음을 다치지 않으려는 대비라고 생각한다.
삶을 대하는 자세는 현재의 내가 진실이라는 말과 상통하는 면이 있다.
보를레르가 파리의 하늘을 지겨워하며 인도로 떠나는 일도, 결국은 다시 파리로 돌아오는 결정을 하게 되는 일도 삶을 대하는 자세가 만들어준 것이다.
물리적인 장소를 옮긴다고 내가 바뀌지 않으며 피한다고 현실이 사라지지 않는다.
지금의 자신이 가지고 있는 생각과 현실은 고스란히 스스로의 몫으로 극복되거나 수용되어야 한다.
조금씩 기록을 단축하며 목표를 향해 묵묵히 걸어가는 사람들은 결국은 성취라는 언덕에 자신을 세우고야 만다.
그것도 마음의 근육이 하는 일이다.
필요할 때 급히 만들어지는 것이 아니라 평소에 작은 노력과 인식만으로도 꾸준히 만들어지는 것이다.
떠나고 돌아오는 일에 가장 우선적으로 필요한 마음의 근육을 오래 유지하고 싶다.
14시간의 이동 끝에 도착한 파리는 어둡고 빛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