꿈이 닮았나.
런던을 살아보는 책을 읽은 적이 있다.
퇴직금을 들고 런던으로 날아가 10만 원 정도의 잔고가 남은 통장을 보는 기분은 어떨까. 절박하거나 후회할 거라는 생각도 들지만 왠지 짜릿할 수도 있다는 기분이 든다.
막다른 골목에는 두 가지가 기다린다. 벽을 박고 주저앉거나 벽을 타고 올라 전혀 다른 세상을 향해 담을 넘거나. 그녀는 스물여덟 살, 젊은 시절을 낭비하기로 결심했다. 총량의 법칙처럼 지독하게 일상에 전념했던 쪽이 너무 무거워져 있었다. 직업을 버리고 익숙한 터전을 등지고, 준비하던 미래의 그림을 접고 떠났다. 숨을 쉬기 위해서.
내게도 밀도가 높아져 버린 세월이 위협적으로 압축되어 나를 터트릴지도 모른다는 위험에 직면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그녀와 다르게 이십 대의 푸른 패기도 가지지 못했고 미래를 바꾸어 보려는 쫀쫀한 야망도 없었다. 오십이 넘은 허덕이는 두려움이 막연하게 숨 쉴 곳을 찾아 하루를 긁고 있었다. 이제 와서 무슨 그따위 야망을 가지겠냐고 한심한 듯 따졌지만, 달려 봐야 갈 곳을 알게 되는 카드를 이미 품고 있었다.
그녀는 런던과 눈이 맞았다. 재능이 길을 가르쳐 주었고 경력이 손을 잡아끌어 주었다. 런던의 매력에 매달리는 그녀가 부러웠다.
내게는 털어 봐도 무모한 꿈 하나만 덜렁 살아 있다. 언어도 경력도 나를 돕지 못하고, 달리고픈 슬픈 욕망만이 야망처럼 시동을 걸고 있다.
혼자가 되기 위한 모험이 무섭다가도 울음 끝에 열어 보는 보물 상자 같다. 그녀와 내가 다른 것은 나이와 목적만은 아니지만 그녀에게서 언뜻 내가 가고픈 길을 본듯하여 멈추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