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빼앗는 일

지키는 일

by 혜령



빼앗는 일에는 온 힘을 다한다.

고지가 바로 저기인데 예서 말 수는 없다는 마음으로 부단히 전력을 다한다. 거기에 사심과 욕망이 가세하면 걷잡을 수 없는 기염을 토하게 된다. 부모자식의 도리를 버리고 형제의 의를 더럽히는 일을 서슴지 않는다. 저 고지에만 가면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는 줄 안다. 욕망은 갈증을 부르고 몸부림은 거침이 없어 말릴 수도 조언할 수도 없다. 바른말은 소용없고 저 고지를 뺏자는 부추김만 달콤하게 들린다. 배신의 미래나 부끄러운 이빨은 거울을 봐도 보지 못한다. 균형을 잡는 일에는 이미 관심이 없다. 균형을 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욕망을 놓아야 하기 때문이다.

악취는 악취로 가리고 모르는 것이 약이라고 우기고 위협한다. 그 고지에 비로소 오르고 승리를 가진 듯 더러운 배를 내민다. 위선의 허세는 실패를 부르고 고심하지 않은 언행은 오물을 남기며 사방을 어지른다. 짐승처럼 한바탕 배불리 삼키고 나면 스스로에게서 나는 구린내를 알게 된다. 흔적을 지워보려 하지만 본질은 뿌리가 깊어 뽑히지 않는다.

점점 배가 부르면 다른 명예를 갖고 싶어 하지만 경멸의 눈들만 가득하다. 지킬 수 있는 자리가 아님에도 애초에 가당치 않는 자리에 오르고 나니 걸맞지 않은 모습이 도드라진다. 짐승의 무리는 그들의 본능으로 사는 것이니 인간의 자리가 편할리 없다.

지킨다는 것이 이빨만 가지고 될 일이 아니다. 누르고 할퀴는 시간만으로 가능한 일이 아니다. 더러운 뱃속에는 없는 예의와 도리와 양심과 균형이 필요하다. 평생 다루어본 적이 없는 이런 의미가 존재하는 것인지도 모르는 무리의 불안이 시작된다. 배신과 균열과 방자함은 지탱할 수 없는 무게로 스스로를 터트리는 날이 온다. 지키는 것은 빼앗는 일보다 더 엄격하고 더 맑은 의미와 균형이 필요하다. 빼앗는 일이 일상인 그들은 애초에 타고나질 못한 신성한 의무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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