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가 있을까
고개를 넘어야 보이는 회한이 있다.
반년이 지나서야 윤곽을 드러내는 빈자리의 그리움이 있다.
무작정 날아온 것은 아니다.
예정되어 있는 시간을 따라왔다.
뒤통수를 따라다니는 불안과 무기력함이 예전의 출발과는 다르다는 것을 이제야 알겠다.
분노와도 비슷하고 체증 같은 덩어리가 목에 걸린다. 만년설 위를 걸어보고 이만 년 전의 지층이 일어나 앉은 모습을 마주해도 풀리지 않는 불안이 있다.
터지는 시간을 찾아온 거다. 울자리를 찾아온 거다 회한이라는 보따리를 나도 모르게 트렁크에 넣어 알프스의 정상까지 끌고 온 거다.
코르티나 담페초로 숙소를 옮겼다.
시내의 불빛이 보이는 전망 좋은 테라스를 가진 이 방에서 풀어본 슬픔이 그리움으로 변한다.
이럴 줄은 몰랐다.
남은 자의 깊이.
분노는 곪아서 열을 내고 잠을 이루지 못한다. 바늘로 찌르고 싶지만 시간의 제물을 채우고서야 터지는 것. 슬픔의 깊이는 푸르고 검어서 무엇을 건저내야할지 모르겠다.
남은 자는 졸지에 과분한 슬픔의 짐을 목에 걸게 된다. 삼키지도 못하는 무형의 이것은 무겁고 질기다. 나누어질 수도 없고 잘라내버리지도 못한다.
돌아가면 아무도 없는 그 집에 자유만 있는 줄 알았다. 서글픈 기다림은 쓸쓸한 뒷길로 사라지고 다정하지 못했던 시간이 회한의 강물이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