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행이다

나이가 들어

by 혜령

흔들리지 않는다면 좋은 일이다.

가득 차고 꼼꼼히 메워서가 아니라 구멍이 숭숭 나고 하술 하게 펄럭이기도 해서.

온몸으로 바람을 맞고, 지나가는 바람도 불러서 맞을 만큼 허세도 용기도 없어서 다행이다.

허술한 틈으로, 세월이 낸 구멍으로 바람길이 났다.

바람과 싸우지 않고 폭풍에 맞서지 않고, 때로는 그것이 내게 길을 알려주고 내가 그것들의 길을 막지 않음으로 소란한 평화가 왔다.

다행이다.

단단해진 껍질은 눈물이 새지 않으니, 울음소리에 긁히지 않으니 또한 다행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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