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라하의 걸인

내가 본 얼굴은 천사

by 혜령

쓰레기통 안을 뒤지고 있었다.

따뜻하고 고소한 굴뚝 빵을 굽는 광장의 모퉁이에서 그를 발견했다. 나는 아무 저항 없이 그에게로 가서 작은 지폐 한 장을 건넸다.

천천히 받아 쥐는 그의 얼굴은 맑고 평안해 보였다. 언뜻 기쁘고 충만한 모습으로 보이기까지 했다. 쓰레기통을 뒤지던 그의 손으로 내 손을 잡았고 가지런히 가슴에 모으는 그의 인사가 정중했다.

걸인의 품위? 에 조금 놀라며 바라본 그의 얼굴은 밝고 깨끗했다. 손과 입술마저 맑은듯했다. 성화에서 본 천사의 얼굴이 겹쳐지며 조용하고 거침없는 그의 감사가 숭고하게 느껴지기도 했다. 만약 천사가 있다면 이런 얼굴일까.

마치 중요한 의식의 한 장면처럼 치러 냈다. 짧은 순간 주위의 모든 것이 정지된 듯 고요함과 밝음이 그와 나를 감싸고 있었다.

단정하기 어려운 무엇이 내게 일어난 것은 사실이다. 어떤 의미인지는 모른다. 일행이 찍어준 사진의 남자는 걸인이었지만 내가 본 얼굴이 아니었다.

나는 무엇을 본 것일까. 그의 맑은 얼굴은 사진에 남아있지 않았다.

구시가 광장 틴 성당 앞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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