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힘이 든다면

안녕

by 혜령

비엔나로 오는 짐을 싸면서 시집을 한 권만 가지고 왔습니다.

지내다 보면 음식보다 한글 책이 더 요긴할 것 같아서지요.

에곤 쉴레의 그림을 여러 시간 보고 온 날 시를 읽었습니다.

사람의 육신은 영혼을 담는 집인지 아니면 영혼이 배어나는 껍질이 육신인지 모르겠습니다.

에곤 쉴레의 그림에는 껍질 같기도 하고 집 같기도 한 그의 거친 삶이 쓰러져 있습니다.

물 한 방울 스미지 않을 것 같은 그의 자화상 앞에서 내 안의 어떤 기억이 아파옵니다.

부랑아처럼 혹은 기인처럼 클림트의 흔적 속에 자신의 길을 만들었던 것 같습니다.

아이를 보는 것 같습니다.

그의 그림과 그의 삶을 보여주는 여러 장면의 것들은 거침없이 질주하는 아이를 바라보며 기도하는 마음이 되게 합니다.

그럼에도 조금 덜 힘들기를.

그럼에도 가끔은 따뜻했기를.

그럼에도 삶이 감사했기를.

그를 향한 기도가 광장에 물빛에 반짝이고 뜨거운 신호등 앞에서 기다립니다.

어쩌면 배웅하는 그를 향해 안녕.

그렇게 힘이 든다면 나도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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