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스브루크 역사에 무거운 배낭을 진 남자.
간간히 만나는 사람들에게 말을 걸고 빠른 걸음으로 이동한다.
언뜻 거절의 뜻이 비치는 손짓을 받으면 방향을 바꾸는 그는.
저쪽 플랫폼에서 보이다가 이쪽 플랫폼으로 건너왔다. 드디어.
내 눈을 맞추지 않는 것은 내가 동양인 여자이기 때문인지. 그는 게르만 남자이기 때문인지.
손에 2유로짜리 동전을 찾아 쥐고 건너주기 좋게 준비하고 있었는데.
내가 타야 할 열차는 들어오고 그는 나를 비켜 계단으로 내려간다.
건네지 못한 동전은 다시 주머니로 들어가고 내 마음은 기차를 타지 못한다.
사람들은 그런 일은 진짜 그 사람을 위하는 일이 아니라고 하기도 한다.
그래. 내 맘 편하자고 번번이 이런 지경이다.
편치 않은 마음이 인강을 따라온다.
역을 배회하는 사람은 나였다가 아는 누구였다가 남이었다가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