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식은 범죄다?

혁명과 혁신의 사이에서

by 혜령

640년을 지켜온 합스부르크 왕조의 궁전 앞에 장식을 거부한 건물이 섰다.

저문으로 보이는 맞은편 건물이 아돌프 로스의 건축물이다.

지금은 은행으로 사용되고 있다.

너무 앞서 갔던 것일까.

겨울에 봄꽃을 피우겠다고 애쓰던 남자의 모습을 보는 것 같다.

석공의 아들로 태어난 그는 시카고 박람회를 구경하기 위해 미국으로 가서 3년을 체류한다. 미국의 기능주의를 체득한 후 기반이 없는 빈으로 돌아와 문화 비평가로서 자신을 알리기 시작한다. 예술과 일상생활의 전 분야에 걸친 평론을 써서 화제를 만들었다. 특히 건축에 있어 장식은 문화적으로 낮은 민족의 치장이나 문신과 같다고 비판한다.

그의 작품 중에 카페나 양복점 서민주택등이 있다.

좋은 의미에서는 새로운 시도였고 불편한 의미로서는 기존의 토대를 갑자기 부정하는 듯하다.

혁신의 뜻을 가졌으나 혁명의 옷을 입은 아돌프 로스였다.

아돌프 로스가 비판했던 그 시대의 주류를 이루던 건축물들.


그렇게 비판하던 그 왕조가 쇠락했을 때 빈의 예술가들이 설 곳을 잃었다는 것을 생각해 보면 아쉬운 면도 있다.

견고함과 필요성도 미덕이지만 장식적 요소를 비하한 점은 놀라웠다. 건축사의 측면에서는 새로운 시대의 도래를 알리는 건축 혁명의 불꽃이었다고 한다.

아름다운 창과 지붕이 아름답게 받아들여지는 비엔나가 좋다. 시대의 변화도 인정하지만 역사의 근간을 이루는 유산도 소중하다.

대칭강박이라고 느낄 만큼 그의 작품들은 규격과 용도에 맞춘 것 같았다. 30년간의 투쟁을 승리했다고 스스로 말한다. 장식을 저급함이라 칭하는 그의 생각은 시간의 절약과 유용함을 최고의 가치로 여긴듯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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