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0년 전에 터기의 침공을 막아낸 오이겐 왕자에 의해 세워진 여름 궁전이다. 언덕이랄 것도 없는 완만한 경사지에 전망대라고 이름을 지은 것을 보면 산지가 지천인 우리나라 사정으로는 조금 어색하다. 그래도 상궁과 하궁으로 나뉘어 미술작품들을 전시하는 공간으로서도 아름다운 역할을 이어가는 것 같다. 상궁인 오버레스 벨베데레에는 클림트의 키스가 화젯거리로 으뜸이다. 그 겨울에, 말 그대로 달려와 짧은 시간을 다투며 눈 맞춤을 하고 돌아나갔던 장소에 여유롭게 다시 서있다는 사실이 행복했다. 그 외에도 클림트의 '해바라기' '유디트' 등의 작품과 에곤쉴레의 '포옹'과 '가족'등 그들의 흔적이 차고 넘친다. 꼼꼼히 풍요로운 시간을 누리고 싶어서 천천히 걸었다. 바로크, 인상파, 비더마이어등 시대별 컬렉션을 만나기에 하루가 모자라다.
하궁인 운터레스 벨베데레와 사이에 펼쳐진 프랑스풍 정원을 산책하고 벤치에 앉아 간단한 점심을 먹는 일도 즐겁다. 미로로 만들어진 키 높은 정원 잎에 젊은 연인들이 딱 붙어 앉아있다. 조금 먼 거리였으므로 아니 민망한 척하며 간간히 시선을 주게 된다. 점심을 다 먹고 일어날 때 이제는 일체가 되어버렸다. 잔디를 깎는 로봇만이 의연하게 소음을 낼 뿐이다.
상궁 정원의 스핑크스는 사자의 몸과 인간의 얼굴을 가졌다. 권력과 지혜의 상징이라는 스핑크스 조각이 정원 가장자리에서 하궁 쪽을 바라보고 있다. 중앙의 5층 폭포 분수와 계단 아래 펼쳐지는 땅, 물, 불, 공기를 테마로 꾸며진 물길이 장관이다.
하궁 운터레스 벨베데레에도 상설전시와 기획전시가 열린다. 옛 온실과 마구간도 중세성화등이 전시되어있다.
클림트의 작품이 목적이 되어 방문한 것이지만 점점 정원과 궁전의 자태가 친숙한 공원이 되어간다. 이른 시간의 산책이 더욱 상쾌한 초록을 만끽하게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