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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네치아의 내 방

힘 그리고 꿈

by 혜령

필연적으로 죽음을 안다.

거대한 폭포의 골짜기로 흘러들어 가고 있다는 것을 안다. 그것은 너무도 깊게 인간의 일부가 되어 스스로 인지하는 가혹한 진실이다. 그 누가 가르쳐주지 않아도 숨 쉬는 일만큼이나 가벼운 일이며 무거운 사실이다.

살아내려는 의욕이 삶이고 그것을 지속하게 하는 것이 꿈이다.

들이쉬고 내 쉬는 원리만큼 밤과 낮은 자연스러운 재촉이다.

손톱만큼의 먼지에도 뿌리를 내리고 가혹한 겨울을 이겨내는 것은 작은 틈새로 비치는 한 줄기 빛을 받아먹었기 때문이다. 그다음은, 그다음 겨울은 어떻게 하겠다는 생각이 있을 리 만무하다. 꿈은 그렇게 현실을 철저히 흡수하고 지탱하며 살아내는 것이다.

바위를 쪼개고 벼랑으로 가지를 키워 넓히며 태양을 안아내는 것이 계획된 일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하루하루의 의지가 이상이라는 것을 알기도 전에 그 길로 향하게 하는 것. 이미 영웅이며 본능인 자신 안의 힘을 잃지 않는 것이 아름다운 생존이다.

베네치아의 아침을 여는 창가에서 햇살이 바람이 들려준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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