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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의 길목

할슈타트

by 혜령


꽤 오랜 시간 머물렀다. 버스에서 내린 후 아는 길을 따라 호수 주변길을 걸었다. 비탈진 언덕을 따라지어 올린 목조 건물이 아직도 어여쁘다. 이제 막 물건을 꺼내어 차리는 기념품 가게도 그대로다. 배낭이 무거워 안내소에 맡기고 가벼운 몸과 마음으로 마을 언덕을 오른다. 틈만 나면 보이는 호수와 여객선과 이끼가 푸른 마을 지붕들. 점점 사람들이 많아지고 조금씩 소란스러워지는 길을 벗어나 성당으로 들어갔다. 처음 와보는 비탈진 언덕의 작은 공동묘지. 성당옆 마당의 묘지가 꽃들로 꾸며져 있다. 마을을 돌아보면 현관문이며 창문 발코니 등을 깔끔하고 이쁜 장식과 꽃화분으로 단장해 놓았다. 방문객에 대한 예의나 환영인사처럼 느껴진다. 초를 켰다. 두 개의 초를 켜고 잠시 당부와 부탁과 감사를 올렸다. 성당 뒷마당으로 이어지는 동굴 아치는 서늘한 바람이 불었다.

골목을 돌아 올라가는 길에 연장을 걸어놓은 집의 벽이 보인다. 합리적인 정리방식이 마음에 든다. 호수길로 내려가는 계단 길이 군데군데 나있다. 언제든 내려가고 싶을 때 계단을 이용하면 된다.

여유로운 시간이 주는 풍경은 다른 얼굴을 하고 있다.

무의미하다고 생각되는 것들이 모여 의미를 만들고 치열하게 살아가는 모든 날들은 죽음의 소실점을 갖는다.

혼자가 되었다고 주저앉는 순간부터 자유의 날개는 자라고 있었던 것처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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