호수 건너 작은 마을은 나무랄 것 없는 깨끗한 곳이었다. 기차에서 내려 작은 길을 따라 철로를 건너면 낮게 드리워진 맑고 고요한 마을이 펼쳐진다. 아이들을 위한 체육시설이나 소박한 교회 그리고 버스정류장과 기차역. 특별히 입구도 없고 출구도 없이 인상 좋은 얼굴을 하고 열심히 일하는 아저씨 같은 역이다. 마당마다 어여쁜 꽃이 옹기종기 앉아 햇살을 받고 마당에 놓인 화덕에는 무엇이라도 맛있게 구워줄 장작이 쌓여있다. 유쾌한 집주인은 미소로 낯선 이방인에게 호의를 보인다. 호수 가까이 산책로가 있고 저녁에는 흥겨운 노랫소리가 맛있는 저녁식사와 함께 한다. 리조트 타운은 촉촉한 공기를 품고 산자락에 안겨있다. 바람이 연을 밀어 올리지만 힘차게 밀던 그 힘으로 강열한 추락을 만났을 때, 삶에서 더러 그런 일이 있지 않은가. 그런 날에 숨기 좋은 곳이다.
식기도구와 깔끔한 주방시설은 더욱 오래 머물라고 말하는 것 같다. 창으로 보이는 이웃의 불빛과 초록의 마당이 이토록 마음을 평화롭게 한다. 다흐슈타인의 전망대로 가기 위해 이곳을 선택했지만 그저 하루를 묵어가는 것만으로 충분히 의미 있는 곳이다. 해발 2995m의 북쪽 라임스톤 알프스는 비와 바람으로 길이 열리지 않았지만 이곳에서의 체류가 마치 목적이 된 듯 충분했다.
새벽에 눈을 뜨자마자 마당으로 나갔다. 강렬한 어둠은 차가웠고 아름다웠다. 치유의 새벽이란 이런 것일까. 우주의 한 자락을 잡고 뜨거운 커피를 마시던 새벽은 다시 만나야 할 기억으로 오래 남을 것 같다.
날이 밝아 호수를 향해 산책을 나섰다. 호수 건너 할슈타트에도 아침이 열리고 있다. 밤 새 쉬었다 떠나는 구름과 작별이 한창인 호수는 조금 울었던 얼굴인 듯 상기되어 있다. 그냥 아름답다는 표현은 한계에 부딪치며 깨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