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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Aug 22. 2021

10.[난임일기]세상에 혼자가 된 것 같이 힘든 날

누구라도, 분명 잘된다고 손 꼭 잡고 두눈 맞춰 말해주었으면

마음이 너무 힘들다.

어디에도 깊이 이야기 할 곳이 없어 깊은 외로움이 느껴진다.


하루하루 꾸역꾸역 버텨내고 있는데 이마저도 점점 버겁다.

친구들에게 이야기하자니, 자연임신으로 한번만에 아이를 가지고, 

건강하게 40주를 꽉 채워 순산한 친구들,

아니면 내 삶에 아이는 절대 없다고 생각하는 친구들 뿐이라, 

내 상황과 감정을 진실로 이해해줄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사람들은 말한다.

'남편이 제일 힘들고, 충격적일 거니까, 네가 무너지면 안된다. 힘을 줘야지.'

그래, 물론 우리 신랑이 가장 힘들것이다. 

그런데, 나도 마음이 힘들다.

멘탈이 약하다는 말을 자주 듣고 살았고,

지금처럼 이렇게 힘든 상황을 마주하면 그 약한 멘탈이 여실없이 드러난다.

나의 약한 멘탈을 탓하는 거라면 그래, 할 말도 없고, 그래 내가 죄인이지 싶다.

그런데 항변하고싶다.

나도 힘들다고. 수면제를 먹어도 잠이 들지 못하고, 

수면제 용량을 늘리자니 낮에 출근도 해야 하는데 몽롱한 상태가 지속된다.

초점을 잃은 눈으로 운전해서 회사에 도착하면, 잠시 쉬었다가 업무를 보고, 

밥을 먹고, 다시 초점을 잃은 눈으로 집으로 향한다.

마음같아서는 나도 다 내려놓고 우울증이다, 난임이다, 불면증이다, 

병가를 내고 휴직계 내고 사라지고 싶다.

그런데, 그렇게 휴직계를 내고 회사를 잠시 떠나있는다 하더라도 

달라질 것은 없다는걸 잘 알고있다.

지금 문제는 회사안에서 일어나는게 아니기 때문에, 

떠나있는게 그리 도움이 되지 않을 것이다.


어떻게든 일상을 살아내려 노력하고 있다.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이라 생각하기 때문이다.

또한 지금 이런 이유로 회사를 쉰다면, 나중에 또 멘탈이 약하다느니 하는

뒷말을 듣고싶지도 않고, 

나 또한 그렇게 나약한 나에게 화가 날 것 같아서, 어떻게든 붙잡고 있다.

문제는 수면부족으로 인한 체력부족이다.

나는 내 몸상태가 기분상태에 크게 영향을 미치는 사람이라

긍정적으로 생각하고, 잘 될거라 생각하려 노력하다가도, 

체력이 떨어지면 이내 고꾸라지고 만다.

잠을 못자거나 음식을 제대로 챙겨먹지 못하면 짜증과 화가 늘어나는 사람이다.

늦어도 7시엔 일어나 부리나케 준비를 하고, 

7시 30분에 출발해서 8시 30분이면 회사에서 업무를 시작한다.

5시 30분에 퇴근해서 집에가면 6시 20분정도가 되고, 밥을 준비해 먹고나면 7시 30분.

운동을 가는 날이면 8시부터 9시까지 운동을하고, 씻고나면 10시가된다.

자잘한 집안일이 끼고 나면 체력적으로 많이 지쳐버린다.

잠으로 보충해야 하는데, 몇 주 내내 잠다운 잠을 자지 못하니 회복이 없다.

체력이 떨어지면 신랑을 챙긴다는게 부담스럽다. 

내 마음을 보살피면서 누군가를 극진히 챙길 그릇은 안되는가보다.

몸에 좋다는 음식종류를 찾고, 요리를하고, 식사 후면 영양제를 챙겨주고,

 운동을 해야될 것 같으면 운동을 가자고 이야기하고,

영양제를 찾아서 주문은 해야하는데 어찌나 이것저것 종류가 많은지,

안그래도 온라인쇼핑따위에 잼병인 내겐 큰 스트레스다.

나도 챙김을 받고싶다는 생각이든다.

나도 내 몸에 좋다는 음식을 누군가 차려줬으면 좋겠고, 

양제도 챙겨주면 좋겠고, 운동을 가자고 이야기해줬으면 좋겠다.

나도 일정 기간만큼은 회사 밖에서라도 주체성을 잃고싶다.

그냥 하자는대로, 끌려가면 건강한 삶을 살 수 있도록 누군가 

강한 의지를 가지고 챙겨줬으면 좋겠다. 

회사에서는 회사대로 일을 해내야 하고, 집에서도 챙길 것이 많으니 삶이 너무 지친다.

그렇다고 '그러면 하지마.'하는 그런 무책임한 말을 듣고싶진 않다.

그러면 하지말라는 말은 대충 니 인생 포기해 라는 말로 들려서 화가 울컥 난다.

내 속이 점점 좁아진다.

예민해진 상태가 지속되면서, 

나는 지금 마음이 괴로운데 옆에서 웃는 사람만 봐도 화가울컥 올라온다.

내 상태를 보고 비웃는건가 하는 말도 안되는 피해의식까지 생기려한다.

육아가 물론 지치고 힘들겠지만, 지금 내상황에서 

육아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는 사람들한테도 화가나고 마음이 아프다.

시험관시술 후에 이식하고, 착상이되었는지 피검사를 한다는 이야기만 봐도 나는 부럽다.

물론 그들도 아프겠지만, 내가 아픔이 크다고 남의 아픔이 작아서는 안되겠지만,

그냥 지금 내 마음이 그렇다.

속이 답답하고, 울컥 화가나고,
가슴이 콱 막힌 것 같은 기분인데,
 아무도 이 감정을 알 수 없을거라 생각하니
 세상에 혼자 남겨진 기분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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