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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Aug 24. 2021

11.[난임일기] 파랑새는 내 맘 속에 있대요

뭐든지 마음먹기 나름이라지만,

신랑은 이게 큰 문제가 아니라고 한다. 별 일 아니라고 한다.

그렇게 생각해야지만 일단 버티고 살아낼 수 있을테니 그렇게 생각하는게 맞다.

그렇지 않으면 , 너무 불행하게 느껴지고, 너무 맘이 힘드니까.


그는 나도 그렇게 생각하길 바란다.

나는 쉽지 않다고 말한다.


내게는 자꾸만 큰 일로 느껴진다.

내게는 별 일인데, 자꾸 작은일로 생각하라고 하니 마음에 답답함이 일어나고 

무언가 기도를 턱 하고 틀어막는 기분이다.

다행히 아직은 마음을 바늘로 쑤시거나 창으로 뚫는 정도의 아픔은 아니다.

약간 무게감있지만 뭉툭한 막대기로 가슴부터 기도, 

말문을 여는 곳 까지 아주 천천히 꾸욱꾸욱,

하지만 쉬지않고 누르는 듯이 아프고 답답하다.


자기계발서를 보면 다들 똑같이 떠든다.

마음이 약한편이라 자기계발서, 심리학책을 끼고 살았는데, 

이젠 정말 새로운 말을 찾기가 어려울 정도로 읽었다.

'아무리 어려운 일이 있어도, 내가 받아들이는 것은 내가 어떻게 생각하느냐에 달려있어요. 

무슨 일이든 내가 생각하기 나름이죠. 지금의 불행과 행복도 내 마음안에 있는 것이지, 

나는 바깥 원인을 탓하겠지만, 근본적인 원인은 내 마음안에 있는거예요.'


이제는 이 말도 불편하다.

'니 마음이 문제야.' 라고 지적하듯이 들린다.


내가 힘들다는데, 내가 지금 이 상황이 마음에 안들고 싫다는데, 그게 내 마음때문이고,

내 마음을 고쳐먹어야지만 네가 편안해진다니 힘들어 죽겠는 사람한테 

힘내라고 하는거랑 무엇이 다른가?


그렇다고 노력을 안해본건 아니다.

이런 저런 상황에서 별 일 아니라고 생각도 해보고, 

다들 말하듯이 이미 내가 가진 현실에 만족하고 감사하는 일기도 써봤고,

바쁘게 다른일을 하면서 잊어보려고도 해봤다. 

즐겨야지 잊혀진다기에 밤새 영화나 드라마를 보고 게임도 해봤다.

근데, 그 때 뿐이고, 사실 그건 외면하고 회피하는 거였다.

아무리 정신승리를 했어도, 나중에 다 불거져 나오고, 언제나 더 큰 문제로 불거져 나왔다.

마음수양을 해서 평생 누르고 살 수 있다면 그렇게 하는것이 좋겠지만,

아직 내 그릇은 그만큼이 되지 않는다는걸 나는 잘 알고있다.


그냥, 내 삶에서 나의 경험에 따르면, 참고 누르다 뒤늦게 불거지는 것 보다

괴롭더라도 직면하고 어떻게 해야할지 방향을 생각해보고 

실천에 옮기는 것이 내겐 맞는 방법이었다.

언제나 경험이 맞는 것은 아니지만, 사람이 하던게 익숙해서인지 외면하는게 쉽지 않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다. 

잠이라도 잘 자고, 이성적으로 안정된 상태에서 현 상황을 직시하고

방법을 마련해야하는데, 머리속은 뒤죽박죽이고 어떻게 해야할지 

뚜렷한 방법은 생각나지 않는다.

사실 방법은 있지만 그걸 마음속으로 받아들이고 싶은 마음이 전혀 없다.

그걸 받아들이는 작업이 너무 괴롭다.

대안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외친다.


취직준비를 했을 때를 되돌아보면, 

하나에 너무 몰입하고 집착하는 것이 결국 내 인생을 갉아먹는다는 것을 잘 안다.

다른 길도 있고, 그것이 안된다 하더라도 내 인생이 망한 것은 아니며, 

오히려 달성 되는 것이 독인 경우도 있다는 걸 잘 안다.

그런데, 사람이 참 간사하게도 또 다시 바라는 것이 생기니 똑같이 집착을 하고 있다.

인간의 욕심은 끝이없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 했던가,


현자들이 이야기했다고 한다.

사람들이 가장 어리석은 이유는 

'삶이 언제까지고 영원히 지속될거라고 믿는다는 것' 이라고.

그래, 생각해보면 내 삶은 유한하고, 내가 어떤 길을 택하고 어떤 삶을 살던지 

언젠가 나는 죽어 이 세상에 없을 것이다.

그렇게 생각하면 이 일이 별달리 큰 일이 아니라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아직도 받아들이고 싶지도 않다.

누군가는 '우리 존재는 이 우주에서 아주 작은 티끌보다도 작은 존재.'

라며 내 삶에 그리 큰 의미를 부여하지 말라고 한다.

인생사 공수레 공수거, 그냥 왔다 그냥 돌아가는거니, 순리대로, 인연대로 되는대로 살아가며 일상에서 작은 행복을 찾으며

자주 웃다 가는 것이 인생이라 한다.


그래, 마음이 편해지도록 생각하는 방법은 이렇게 머리속으론, 지식으론 알고 있다.


그걸 마음속 깊이 인정하고 가져오기는게 진정한 실천이라지.

하지만, 지금 내게는 너무 벅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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