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은 나도 힘들어. 나한테 부정적인 이야기(사람들에 대한 험담이나 아빠와 싸움이 있은 뒤) 그만해."
라고 이야기하면
"내가 큰 딸 한테 힘든 이야기도 못하면 어떻게 사니?
내 딸이면서 힘든 이야기도 못들어주니?"
라고했다. 겨우 초등학생, 중학생 아이한테.
그렇게 엄마는 언제나 본인의 아픔을 내가 들어주고 치유해주길 바랬다. 그리고 내가 힘들다고 이야기하면, 듣기를 회피했다. 도무지 들을 수 없다는 표정을 했다. '나는 듣고싶지도 않고, 들을맘도 없고, 이해하고 위로해주고 싶은 마음이 없다' 라는 표정을 하고 멀뚱히 TV를 보거나 때로는 그만하라고 짜증내고 화를냈다.
언제나 그게 상처였다.
가족 상담을 했을때, 엄마는 언제나 본인이 힘겨워서 딸의 아픔을 알면서도 외면해왔다고 털어놓았다.
그걸 인지했음에도 불구하고 엄마는 아직도 내 힘듦을 안아줄만큼 큰 사람이 못되었다.
아, 또 한번 깨달았다.
세상에 나 혼자구나. 친정 엄마조차 내 아픔을 몰라주는구나.
이사실이 무척이나 서글프고 외롭다.
난임 카페를 보면 시어머니한테 난임 사실을 털어놓고 많은 상처를 받았다는 사람들이 많다.
남편의 사유임에도 불구하고 그렇다고 내 아들을 무시해서는 안된다거나, 여자가 문제인데 내 착한 아들이 여자에게 홀려서 거짓말로 자기가 문제라고 한다거나, 우리 아들 아플지도 모르니 시험관시술은 생각도 말라거나(남편 수술이 불필요한 경우에도), 원하지도 않는 형제, 시아버지의 정자를 공여해서 아이를 낳으라거나, 난임이어도 딸이면 낙태를 해야한다거나...
가뜩이나 이런 무시무시한 경험의말들이 가득한데
고부갈등을 겪고 있는 나로서는 시어머니에게 이야기하고 위로받을 생각은 단 0.00001g도 하지 못한다.
(바보같이, 친정엄마에게 받지 못했던 위로와 사랑을, 결혼하면 시어머니가 조금이나마 해주지 않을까 하고 기대했었다. 나정도면 훌륭한 며느리감이라고 혼자 판단하곤, 주위에 있는 사람들이 사랑받으며 지내기에 나도 그렇게 사랑받을거라 혼자 재단하고 기대했다.)
그래서 친정엄마라도, 어릴땐 그렇지 못했더라도, 위로해주길 바랬다.
그 기대와 생각이 처절히 무너진 오늘의 상처는 당분간 지속될 것 같다.
언젠간 잊혀지겠지, 하고 또다시 마음속에 담아야 할것이다.
이렇게 글이라도 써내야 마음이 한결 가벼워지겠지, 하고 생각할 뿐이다.
엄마가 더 늙고 약해질 때, 내가 힘듦을 토로했던 날들을 죄스럽게 생각하게 될 그 날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 죄스러움에 대하여, 내게 친정엄마에게 위로받을 인생 티켓 조차 없었다는 사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