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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Sep 12. 2021

18.[난임일기]신랑의 난임 수술

그 후 일주일,

수술 후 퇴원하던 날,


퇴원하던 날, 걷기가 힘들테니 병원까지 태우러 가겠다는 내 말을 

'괜찮아. 끝나고 일상생활 가능하다고 하셨어. 서울까지 운전하고 오면 자기 너무 힘들어~ 

그냥 집에 있어. 혼자 올 수 있어.'

라며 신랑은 한사코 거절했다. 


인사이동이 있기 전 날이라 사무실에선 감사하게도 재택근무 배정을 해주었다.

병원으로 차를 끌고 가려던 마음이었는데, 

그리 거절을 하니 새로 옮겨갈 사무실에 잠시 인사를 다녀오려 마음먹었다.


11시쯤 신랑은 퇴원수속을 마치고, 밤 새 달고 있던 무통주사를 빼고서 

그 무거운 입원가방을 메고, 편하게 입으라고 넣어준 고무줄 바지 대신

예쁜 면바지에 셔츠를 단정히 입고서 퇴원을 했다.


비가오는 날이었다.

신랑은 비가 조금 오는거면 마중도 안나와도 된다며 섭섭하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했다.

1시 30분쯤이 되어서야 집 앞 버스정류장에서 어기적 걸어나오는 신랑의 얼굴이 퀭했다.

4인 입원실을 쓰다보니 사람도 많고, 밤새 간호사선생님들도 왔다갔다 하셔서 제대로 못잤다고 했다.

수술부위 통증도 심했을테니, 밤새 수척해진 모습에 눈물이 겉잡을 수 없이 자꾸만 흘렀다.

회사에 인사는 무슨, 그 생각을 했던 나 자신이 참 못됐다 생각이 되었다.

움직이기도 힘든데, 머리도 감고왔노라며 환하게 웃는 신랑의 단정함이 마음아팠다.



아랫배가 너무 아파.

배탈이 난걸까? 수술 후 후유증일까?


괜찮다는 허세를 부리던 신랑은 가방을 내려놓고 편안한 옷으로 갈아입고 침대에 눕자마자

갑작스럽게 아랫배 통증을 호소했다. 

식은땀이 온 몸에 흐를 정도의 통증이었다.

그동안 건강하게 먹고, 운동하고, 식단조절하느라 힘들었으니

퇴원하면 치즈를 넣은 부대찌개도 먹고, 좋아하는 고소한 전도 먹을거라 벼르던 신랑이었다.

버스를 타고 집에 오는 길에 통화하면서도 저녁엔 노랑통닭 알싸한 마늘치킨을 먹겠다고

유해진 아저씨의 알싸~한 마늘치킨 연기를 따라했었건만

함께 먹으려고 준비했던 밥상 앞에 앉을 수 조차 없는 통증이었다.


5년간 나는 수없이 탈이나도 같은 음식을 먹고도 전혀 아픈적 없는 위장건강이 끝내주는 신랑이었는데,

이렇게 아파하는 모습을 처음보니 어떻게 해줄수가 없어 당황스럽고 마음이 아프고 속상했다.

정말 차라리 내가 대신 아파주고싶었다.  고통을 반으로 쪼개서 나눠질수라도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렇게 아파하던 신랑은 통증이 조금 사그라들자 깊은 잠에 빠져들었다.


오후 5시쯤 일어난 신랑은, 또 다시 아랫배 통증을 호소했다.

정말 배를 부여잡고 데굴데굴 구르고,  아프다며 괴로운 소리를 질러냈다.

평소엔 아무리 아파도 신랑에게서 들을 수 없는 소리였다. 

아플땐 그저 조그맣게 끙끙 거리다가, 애교섞인 콧소리로 '나 아파~ 이리와~ 뽀뽀해줘~' 하고 말하고,

곁에 다가가 온몸을 쓰다듬어주면 '이제 좀 괜찮다.ㅎㅎ'하고 아픈걸 참는 사람이었다.



아무래도 배탈이 났나봐.


어젯 밤 죽으로 속을 달래고, 내가 챙겨준 초코과자만 먹은 줄 알았는데,

300ml짜리 초코우유와 큰 도리토스 나쵸 한봉지를 가득 먹었다고 했다.

분명 아침밥을 먹을 때 까지는 약한 통증이 있었는데, 지금 그게 탈이난 것 같다 했다.


배를 잡고 구르는 신랑을 눕혀놓고 단숨에 약국으로 달려갔다.

수술부위를 소독할 약과, 매일 2-3번 갈아줘야하는 거즈, 배탈약을 사서 달려왔다.

약을 먹고 1시간 동안, 약효가 나질 않았다.

결국, 잘 걷지도 못하는 신랑을 차에 태워 집 근처 내과로 향했다.

진료시간이 마감되었다고 말하는 간호사분께 사정사정을 해서 감사히 마지막 진료를 볼 수 있었다.


전신마취로 인한 장 기능 저하가 왔는데, 음식도 과하게 섭취를 했고, 
지금 드신 약이 원래 장 통증을 가장 세게 유발한다고 알려진 약이예요. 
장이 '부글부글'한다고 하죠. 멈춘 장을 억지로 움직이려니 통증이 너무 심한겁니


아, 조심했어야했다.

전신마취를 하면 장기능이 약해진다는 것도 모르고 과자를 한가득 챙겨보내고,

배탈이 났다며 의사의 처방도 없이 약을 사다 먹인 나 때문에 아픈거였다.

아, 멍청하면 가만히 있기라도 했어야했는데, 하고 자책했다.

집에 오는 길에 2일치 먹을 죽을 사가지고 왔다.

간신히 4숟가락 떴을까, 배가 아파서 더 못먹겠다고 하여

약을 먹고, 신랑은 그렇게 또 잠들었다.


생각해보니 나도 하루종일 밥을 굶었다.

아파하는 신랑을 보니 밥 생각도 안났고, 먹지도 못하는 사람을 앞에 두고 밥을 먹을수도 없었다.

저녁 8시, 그제서야 허기가 몰려왔다. 찌개를 데워 대충 밥을 말아 먹었는데

온갖 스트레스가 몰려와 모두 게워내고 말았다. 

긴장이 그제야 풀려 멍-하니 거실에 앉아있었다. 

이게 다 무슨 일인가, 싶은 생각이 들었다.



그래도, 조금씩, 나아지고 있어.


다음날부터 나는 새 사무실에 출근하느라 휴가를 쓸 수 없었다.

다행히 감사하게도 신랑의 직장에서도 일주일간 재택근무를 명 해주어 일하는 시간 외에는

대부분 누워서 휴식을 취할 수 있었다.

몇일간 계속 아랫배와 허리 통증이 있었다.

2일동안 먹으라고 사온 죽은 3일째 저녁이 되어서야 동났다.

매일밤 퇴근 후엔 상처부위를 소독하고 거즈를 갈아주었다.

긴 상처 위에 앉은 피딱지를 볼 때 마다 마음이 쓰렸다.

얼마나 많이 아팠을까.

1주일간은 붓기도 계속되었고, 걷는 것 조차 힘들어했다.


내과 약을 열심히 먹은 덕분인지 장은 많이 좋아져서, 3일쨰 저녁에는 먹고싶어했던 피자도 시켜먹고,

5일째 저녁에는 알싸~한 마늘치킨도 맛있게 먹었다.

6일째에는 붓기가 빠지기 시작하여 신랑말에 의하면 '정상적으로 걷는 사람'처럼 보였다.


그렇게, 폭풍같던 일주일이 지나갔다.

너무 힘든 수술이었다.

그렇게 아파하는걸 두번 볼 자신이 없다고

두번다시는 하지 말자고 신랑에게 이야기했다.

조금씩, 별 탈 없이 회복하고 있다는 것에 감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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