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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Sep 16. 2021

21.[난임일기]힘들어서 운세를 믿고싶어졌다.

우리집은 운세와 사주를 믿지 않는다.

외가집은 대대로 기독교 집안이었다. 우리집은 엄마의 독실한 신앙심 아래 운세나 사주를 봤다간, 그런 이상한 미신을 믿는다며 혼나기 일쑤였다. 물론 나는 지금 날라리 무늬만 기독교인이 되었지만...



난임판정 후, 운세어플을 몇개씩 보기 시작했다.

운세가 좋게 나오면, 그거라도 간절히 붙잡고 싶어졌다.

운세 어플 목록의 후기와 별점을 샅샅이 뒤져서, 괜찮아보이는 것들은 모조리 다 깔아보았다.

나와 신랑의 개인정보가 유출되는게 뻔히 보이는 어플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무어에 홀린 듯이 입력하고, 운세를 보았다.


우리의 결혼궁합을 보고, 오늘의 운세, 내일의 운세, 이달의 운세, 별자리 운세, 올해의 운세, 인생 전반에 대한 사주풀이, 우리 부부의 자녀운세, 오늘의 소망운, 가리지 않고 보기 시작했다.

더 자세한 풀이를 보려면 결재를 해야한다고 했다.

마음속에서 꿀렁꿀렁하고 결재를 하고싶은 마음이 솟아났다.

그래도 결재까지는 하지 않았으니 다행인가 싶지만,

진짜 용하다는 집에 찾아가서 사주라도 봐야하나 생각했다.

어차피 돈을 쓸거라면 점쟁이 얼굴이라도 보고 복채를 줘야하지않겠나 싶었다.



운세란, 의미가 없다는걸 알고 있었다.

처음엔, 그래도 2021년의 통계에 의해 발전한 운세, 사주학이니 믿어볼만하지 않겠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매일 아침 운세를 보면서 하루를 열기 시작한지 2주쯤 되었을까,

'의미 없는걸 알면서 왜 자꾸 이런걸 보나.'하는 생각이 문득 뒤통수를 쳤다.

아, 왜그랬냐 묻는다면.....

어플2-3개를 번갈아 봤는데, 똑같은 정보를 입력했음에도 아주 정 반대의 운세가 나왔다.

무엇도 믿을 필요 없는 데이터였다.



하필, 소망운은 다 좋게 나왔더라. 믿고싶게스리.

의미가 없음을 알았는데도, 사주어플을 가끔 봤다.

소망운은 언제나, 대부분 좋았다.

'이제는 바라는게 다 이뤄질거예요, 걱정하지 말아요.' 라고했다.

그 말이 너무 기분 좋고 위로가 되고 힘이되어서, 자꾸만 보고싶었다.

사실, 지금도 믿는다. 우리의 소망이 이뤄질거라고. 모든 사주어플이 다 그렇게 말했으니까.



내가 운세 중독자가 될줄은 몰랐다. 간절한가보다.

대학시절 친구들이 손에 손잡고 운세를 보러 갈때면 속으로 가끔 비웃었다.

'그런 쓸데없는데 시간과 돈을 낭비하다니.' 라고 생각했다.

내 운명은 어차피 내가 노력해서 개척하는 거라고 말도 안되는 자만심을 가지고 살았다.

그랬던 내가 운세를 보게될줄이야.

아, 그만큼 내가 간절한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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