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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Sep 21. 2021

22.[난임일기]신랑의 곤히 잠든 모습

더이상 아프지 말았으면

신랑의 수술 후 3주가 지났다.

첫 주에는 전신마취 후 장운동이 둔해져 식사량을 줄여야했고,

둘째주까지는 회복을 위해 움직임을 최소화 하다보니 그간 운동으로 채운 근육들이 줄어들었다.

셋째주에는 어느정도 걷는 활동이 가능해져서 선선한 가을 밤에 함께 산책을 나갈 수 있었다.

3주동안의 가장 큰 변화는 신랑이 부쩍 잠이 많아졌다는 것이다.

평소같으면 퇴근 후 저녁밥을 차려먹고, TV를 보다 달콤한 디저트를 찾았을 신랑인데

수술로 몸이 많이 지쳤는지 저녁 식사 후 곧장 침대로 달려 이불에 쏙 들어간다.

그리곤 5분도 안되어 잠에 빠져든다.

내가 운동을 다녀와서 샤워를 하는데도 깰줄 모르고 아침까지 쭈욱 잠들어있었다.

잠에 취한 채 내 말에 답하곤 아침에 기억을 못하기도 했다.


의사선생님이 그리 큰 수술은 아니라고 하셨었고, 신랑도 괜찮다며 매번 이야기했었지만

이렇게 약해진 모습을 보니, 신랑의 몸에 정말 많이 무리가 되는 수술이었단걸 느꼈다.


신랑의 곤히 잠든 모습을 그저 바라보았다.

내가 26살, 그가 31살때 만났는데, 어느새 내가 31살, 그가 36살이 되었다.

요즘 연애하던 시절의 사진을 자주 꺼내보곤 하는데,

부쩍 우리 신랑 눈가에 자글자글- 주름살이 늘어난게 보인다.

연애시절부터 살짝 내려간 눈꼬리에 지는 신랑의 눈주름이 사람 참 좋아보여 좋아했었다.

부부는 닮는다더니, 깊어진 신랑의 눈주름과 새로 생긴 내 눈주름이 서로 닮아있다.


아이처럼 쌔근쌔근 잘도 잔다.

깨울까 싶어 조심스럽게 신랑의 머리를 쓰다듬고, 얼굴을 쓰다듬고, 얼굴 선을 손가락으로 그려본다.


몇 달의 시간이 우리 신랑에게 참 힘들고 아팠겠구나 하여 눈물이났다.

올해, 우리 신랑의 환한 웃음을 많이 보지 못한 것 같아 마음이 쓰렸다.

더이상 신랑이 아픈 일이 두번 다시 없기를 기도했다.


나와 결혼해서 지내온 3년여의 시간동안 우리 신랑은 행복했을까, 하고 궁금했다.

지금은 힘든시간을 보내고 있지만, 그래도 나와 함께여서 행복하다고 느꼈길, 하고 생각했다.

내가 부족하고 못난 아내였던 시간들이 그에게 상처가 되진 않았을까, 하고 걱정했다.

나의 큰 감정의 폭이 그를 지치게 하진 않았을까, 하고 우려했다.

때때로 찾아오는 나의 불안의 늪이 그의 발목까지 잡진 않았을까, 하고 미안했다.


밤새 내린 생각에 아침부터 펑펑 눈물을 쏟아내렸다.

깜짝 놀라 잠에서 깬 신랑이 나를 꼭 안아주었다.

'다 괜찮아. 다 괜찮아.' 말하며 토닥여주었다.

나와 함께여서 언제나 행복하다고 말해주었다.

있는 그대로 충분하니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었다.


고마웠다.

이리도 넓고 따스한 마음으로 나를 안아주어, 하염없이 울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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