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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Oct 07. 2021

나이와 친구수는 정녕 반비례인가

마음속 기억은 정비례

한 살 한 살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주변 사람들이 참 많이 바뀐다.

그 속에서 가끔 외로워진다.

이사와 전학이 잦았던 나의 학창시절은 내 삶에 오랜 친구를 남겨주지 않았다.
그래서 때로는, 한 지역에 오래 머물고 자라서 어린 시절부터 지금까지
변화무쌍한 서로의 모습을 기억하는 친구가 있는 사람들이 한없이 부럽다.

매일 아침간식, 점심, 점심간식, 저녁, 저녁간식 5끼니나 함께 먹고
포동포동 살이올랐던 고등학교 친구들도 이제는 1년에 한두번 만나는 정도가 되었고
시험기간이면 밤새 공부를 하고 비몽사몽 시험을 보러가던
대학교 친구들은 가까이 살지 않으면 누군가의 경조사가 있을때나 만나는 정도가 되었다.

나는 사람을 참 좋아한다.
정말 힘들 땐 혼자 조용히 있고싶어 하는걸로 봐선 E가 아닌 I인데,
내가 좋아하는 사람들과 함께일 때면 누가봐도 트리플 E같은 성격이다.

그래서 그런가, 한명씩 연락이 뜸해질때면 마음 한구석에 선득한 외로움이 깃든다.

참, 나이먹을수록 속도 좁아지는지
어딘가 속하지 못한다는 것이 가끔은 서글플 때가 있다.

함께 친하게 지냈던 친구들의 모임에

초대를 받지 못할 때,
친하다고 생각했던 친구의 결혼식

 청첩장을 받지 못할 때,
어느날 갑자기 나가진 동아리 단체 톡방에 누구도 나를 다시 초대해주지 않은 채 몇년이 흘렀을 때가 그렇다.

언제나 연락을 마냥 기다리기보단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나였는데,
결혼 후 직장을 다니고, 저녁밥을 챙기고, 집안일을 챙기고나면
누군가와 연락을 하기보다는 핸드폰과 TV를 붙잡고 멍하니 뻗는게 더 좋아져버렸다.
어른이 되고, 결혼을해서 가정이 생기고, 세상살이가 바빠지면 자연스레 친구들과 멀어질 수 밖에 없다는 어른들의 말이
나의 삶으로 실현되니, 나는 안그럴 줄 알았는데 예외란 없다싶어 가끔 섭섭하다.

그래도 문득 '내가 연락이 뜸해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그 누군가도
나를 생각하며 멀어졌다고 생각하는 날이 있지 않을까?' 싶다.
그 '멀어졌다.'라는 마음엔 사실 '보고싶다. 그립다. 그 사람과 함께한 시간들이 참 따뜻하고 좋았다.'라는 추억들이 있을것이다.

아, 그래. 모두가 알아야한다.
우리는 멀어진 것이 아니라 서로가 열심히 본인의 삶을 꾸려내느라 잠시 떨어져있을 뿐이라는 것을.
한번씩 바뀌는 서로의 카톡 프로필 사진을 보면서 '잘 지내고 있구나.'하고
마음으로 언제나 연결되어있다는 것을.

선선한 가을 밤바람에 산책하기 좋은날,
가끔 누군가에게 예고도 없이 전화를 하곤 한다.
'OO아~ 왠일이야~ 어머~ 잘 지내?'하고 반가운 소프라노 톤이 들려올 때면
입가엔 미소가 머물고 마음이 지잉-하고 따스해진다.
'그냥. 그냥 전화해봤어. 생각이 나서. 별 일 없이 잘 지내지?'
'그냥' 이라는 그 짧은 두글자에 그간의 그리움을 가득 담아보낸다.

참 고맙다.
그렇게 가끔 연락하는 나의 전화를 따뜻한 목소리로 받아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사실이.
그리고 오늘도 참 보고싶다.
나의 삶에 머물다 간 사람들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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