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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Oct 06. 2021

너, 참 유별나구나

삶의다양한 방향이 인정받기를

우리 부모님이자 팀, 부장님 세대 분들은 요즘세대는 참 제맘대로라며, 각자의 개성이 뚜렷하다고 말씀하신다.
하지만, 나는 그 뚜렷함을 '적당한 일치감 속의 불안한 뚜렷함'이라 정의한다.
분명히 '튀는사람'에 대한 존경과 우러러봄이 많아진 세상이지만
결국에 그 '튄다'라는 것은 '유행을 선도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대다수의 생각과 너무도 많이 다름'은 인정하지 않는 사회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인정받는 튄다'라는 것은 어느정도의 일치감 속의 '용인할만한 변주'인 경우가 많다.
여전히 일부 인플루언서들을 제외한 평범한 사람들은 '남과 다르다는 것'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곤 한다.
이는 어린시절 우리가 받아온 획일화된 교육이 가져온 폐해가 아닐까.

중학교 3학년 국어시간, 수행능력평가 문제 중에 이런 문제가 있었다.

[제시그림]
그림 속에는 와이셔츠에 단정히 넥타이를 맨 남자가 지치고 바쁜 표정을 한 채 컴퓨터 앞에 앉아있었고,
그 컴퓨터 화면에서는 수많은 종이들이 날아(들어오고/나가고) 있었다.

[제시문]
다음 그림을 보고 연상되는 문장 또는 단어를 서술하시오.

수업시간에 배우지 않은 쉬운 문제였고, 저마다 그림을 통해 연상하는 것이 참 달랐기에 다양한 답안이 제출되었다.
'과로하는 남자', '서류더미에 눌릴 것 같은 변호사', '쏟아지는 스팸메일에 당황한 남자'
대부분의 집안에 가정용 컴퓨터가 보급완료 된 시대 답게 정답은 e-mail 이었고 창의적인 답변을 한 학생들은 해당 문제에서 아무런 점수를 받을 수 없었다.

시험 점수 안내가 끝난 뒤, 국어선생님은 조용히 나를 교무실로 부르셔서
"비록 정답은 e-mail이지만 스팸메일을 떠올린 네 생각이 참 창의적이구나. 인상적이었어."라고 말하셨다.
어차피 점수도 안줄 거면서 굳이 나를 불러 칭찬을 하는 선생님의 속을 알 수 없었다.

8090년대 생 중의 한 사람으로써, 나는, 그리고 우리는, 다양한 생각과 정답을 제시하기 어려운 삶을 살아왔다.
국문학의 시를 해석할 때 조차 수학식의 답을 계산해내듯 정해진 답을 써야하는 인생이었다.
청산에 살며 머루랑 다래랑 먹고 즐거운 삶을 살며 얄리얄리얄라셩 이라는 알 수 없는 문구를 보면서
'아, 시골구석에 맛있게 먹을 것도 없고, 말을 나눌 사람도 없어서 지루한 나머지 정신을 놓아버렸구나.'하고 느꼈음에도 불구하고
'작은것에 만족하는 훌륭한 안빈낙도의 삶을 본받아야한다.'라고 배우고, 내 머릿속에 세뇌시켜 시험시간에 안빈낙도라는 정답을 적어야했다.

그렇게 배워서 그럴까?
대학에 가고, 취업을 하고, 사회에 나와서도 우리는 자꾸만 '삶의 정답'을 찾으려 아둥바둥 애쓴다.
내가 하고 있는 활동과, 내가 나아가고자 하는 삶의 방향이 진정으로 내가 원하는 것인지 알지도 못한 채 멍하니 앞을 보고 전진한다.

직업적인 것 뿐만 아니라 취미생활과 나의 생활배경조차 그 시대의 유행과 정답을 따르려한다.
주변 이들이 엄청난 운동량과 식사조절을 통해 바디프로필 찍은 사진을 올리면,
그냥 건강과 재미를 위해 운동했던 사람들까지 너도나도 바디프로필을 찍는 프로젝트를 하다가 몸에 큰 무리가 오기도 한다.

나는 조용한 집이 살기가 좋다고 생각하지만, 부동산 투자와 가격하락방어를 위해서 너도나도 역세권 대로변의 큰 집을 우러러본다.
분명히 나의 집은 내가 좋아하는 조용하고 아기자기한 곳에 위치하고 있어 내게 안성맞춤임에도 불구하고
'남들이 좋다고 하는 비싼 집'을 가지지 못함에 패배감을 느끼기도한다.

사실 나는 엄청나게 큰 돈을 벌어 펑펑 쓰는 삶을 지향해본 적이 없음에도 온 몸에 명품을 치장한 사람을 부러워 하기도 한다.

주식투자와 경제공부에 큰 관심이 없고, 나는 게임이나 손으로 만지작 거리는 공예와 음악감상, 악기연주, 독서를 좋아함에도 불구하고
나의 취미에 쓸 시간을 기꺼이 줄여가며 남들이 해야한다고 외치는 주식에 손을 댔다가 쓴맛을 보기도 한다.

대체 대한민국에 진정한 특별함은 어디에 있는걸까?
SNS에 올라온 유명 맛집을 가본 유무로 특별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까?
주식으로 얼마나 벌었는지 줄을 세워서 특별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까?
누가누가 비싼 집에 사는지 줄을 세워서 특별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까?
체지방이 얼마나 적은지 줄을 세워서 특별한 사람을 구분할 수 있을까?
대체 '특별함'이란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모든 사람이 '내가 좋아하는 것'이 '가장 특별한 것'이라고 생각하고,
좋아하는 것들로 한번뿐인 인생을 잘 꾸려나갔으면 좋겠다.
누군가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네 취향은 참 이상하다'라거나 '요즘 다 투자하는데 너는 왜 안해?'같은 이야기들을 듣지않았으면 좋겠다.
'네가 가진 생각과 네 삶의 방식이 참 멋있다.'라고 모두가 인정받았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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