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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Oct 22. 2021

사랑의 여의도공원

자전거 소풍과 엄마의도시락

키가 조금씩 커져 다리가 제법 길어졌을 떄 쯤,
세발 자전거에서 네발 자전거로 자랑스럽게 업그레이드 했다.
흑석동의 좁은 골목에서는 네발자전거로 씽씽 달리기 힘들었기때문에
주말이면 엄마아빠와 함께 여의도공원으로 나들이를 갔다.

은박 돗자리를 다 펴내기도 전에
신난 나는 여의도광장에서 자전거를 타고 전력질주하며 뱅뱅 돌았다.
앞을보고 있는 힘을 다해 자전거 페달을 굴리면
온 몸에 느껴지는 산들바람이 간지러워 좋았다.
속도를 줄여 엄마아빠는 뭐하는지 궁금한 맘에 돗자리쪽을 바라보면
언제나 엄마아빠는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행여라 다칠세라 걱정하는 맘,  자전거를 저렇게 쌩쌩 달릴만큼 많이 자란게 기특하고 뿌듯한 맘'과 같은
사랑하고 아끼는 눈빛이 가득 담겨있는게 말도못하게 좋았다.
엄마아빠의 나를 향한 깊은 눈을 보고 있을때면 모든게 안심이었다.


한 껏 자전거를 타고나면 허기가 몰려와 엄마아빠가 있는 곳으로 뛰어가 맥빠진듯 멍하게 앉아있었다.
그 때 마다 엄마는 새벽같이 일어나 정성스레 만든 김밥도시락을 꺼내주었다.
살짝 소금에 절여 쫀득해진 오이와 아삭한 시금치, 짭조름하고 달콤한 우엉, 부드러운 게맛살,
두줄이 들어갔으면 좋았겠는 햄, 고소한 계란 지단, 김밥겉에 붓으로 살짝 바른 윤기가 쟈르르한 참기름의 조화가 훌륭했다.
어떤 날은 엄마가 직접 만든 다진소고기가 들어간 소고기 김밥과 소고기우엉 유부초밥을 먹기도 했는데,
먹을 떄마다 이렇게 천국같은 음식은 없을거라고 생각했다.
몰래몰래 김밥에 들어있는 당근을 빼고 먹기도 했지만
엄마는 말없이 '에그 이녀석이'하는 눈으로 바라볼 뿐 억지로 먹이지 않아 고마웠다.


가끔은 떼를 써 공원 솜사탕 아저씨에게 솜사탕을 사먹기도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설탕 한스푼 넣어 솜처럼 만들어 휘휘 저은건데
어린시절엔 왜그리 솜사탕이 대단한 장식품이자 음식으로 느껴졌는지 모를일이다.
구름같이 동글동글한 솜사탕을 한 손가락씩 아껴 떼어먹었다.
입에 들어가자마자 사르르 녹는 달콤함에 끝자락에 남는 설탕의 사각거림이 재밌었다.
어찌나 아껴먹었는지, 손가락에 묻은 침들이 솜사탕 사방에 묻는 바람에
아무 자국 없던 완전한 솜사탕은 이내 침자국 동그라미로 사방이 가득찼다.
그리곤 단맛에 질린다 싶을 때쯤 아빠에게 솜사탕을 건네며
도리도리 '그만먹고 싶어.'를 이야기하면
아빠는 '참나, 먹던거를 주네~' 하면서도 한입에 솜사탕을 해치웠다.
가끔은... 솜사탕을 받자마자 아빠가 다먹을거라며 놀리면서
큰 몸을 뒤로돌려 솜사탕을 숨기고선 '함냠냠~ 맛있다~'하고 먹는 시늉을 해서
내 얼굴을 사색이 되게하는 장난스러운 아빠였다.
(핫도그는 진짜로 한입먹는다고 해놓고 반이상 먹어서 목놓아 운적도 있다.)

여의도 공원에는 그 당시에도 비둘기가 많았다.
공원 상점에서는 비둘기 모이나 팝콘을 팔곤 했는데,
분명히 비둘기 머리가 나쁘다고 들었는데도 그 봉지만 사들고 돌아다니면
내 주위로 동그랗게 모여서는 '구구구구' 밥달라고 떠들었다.
한번은 비둘기 모이를 엄청 큰 한줌을 공중으로 휘날렸는데,
순간 주변의 모든 비둘기들이 나를 중심으로 날아오르는 바람에 엄마아빠가 크게 놀랐다고 한다.
그런데 나는 겁도없이 재밌다고 웃고 있기에 어이가 없었다고...
지금이란 달리 그때는 참 세상 겁없는 아이였다.

추억을 회상하는 글을 쓸 떄마다
참 마무리를 어찌 해야할지 어렵다.

언제나 드는 생각을 말하자면,
'아, 그립다. 잠시 돌아가서 가만히 그곳에 앉아
그 곳에서 행복했던 우리 가족들을 바라보며 미소짓고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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