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사간 동네에는 처음으로 가보는 키즈카페와 대형서점, 백화점도 있었다. (이름은 정확히 기억이 나지 않아 슬프다.)
대형서점에 갈 때면 내 키보다 2배 3배 높은 갈색 나무 책장들에 책들이 빽빽히 꽂혀 있는게 신기했다. 슬라이딩 책장은 또 어찌나 신기한 장난감 같았는지, 철없이 책장을 이리저리 왔다갔다 하다가 직원분에게 '어어 ~ 꼬마야 그러면안돼~'하고 혼나곤 붙들려서 엄마 옆으로 복귀당한적이 여러번이다. 서점에서 나는 책 냄새가 좋았다. 종이가 나무로 만들어졌다는걸 배울 무렵이었는지, 어렴풋이 숲에서 나는 나무냄새가 느껴지는 것도 같았고, 주말 아침에 엄마 아빠가 마시는 믹스커피처럼 달콤하고 고소한 향이 나는 듯 했다. 엄마와 함께가던 어린이 동화책 코너도 좋았다. 집에선 볼 수 없는 새롭고 많은 책들을 실컷 볼 수 있어 언제나 신이나서 서점통로를 두다다다 뛰다가도 혼났다. 알록달록 장난감과 학용품을 파는 곳에서는 비싼 장난감을 사달라고 고래고래 떼를쓰고 집에가려하지않아서 엄마를 여러번 곤란하게 했다. (뭔가 서점에서 자주 혼났던 기억이난다... 그래도 아랑곳하지 않고 즐겁기만했다.)
지금의 키즈카페라 불리는 어린이 실내 놀이터는 당시 입장료가 비싸서 일년에 1-2번 정도만 갈 수 있는 곳이었다. 운이 좋으면 친구 부모님이 친구랑 함께 놀아주라고 입장료를 내주셔서 한 번 더 가는 해도 있었다. 어디에서도 볼 수 없는 커다란 트램펄린과 길고 높은 빙글빙글 미끄럼틀, 두손으로 손잡이를 꼬옥 잡고 슈웅-내려오는 미니 짚라인, 엄청 많은 공들이 가득있어서 내 키보다도 깊었던 볼풀장, 그 볼풀장의 공들을 끼워서 총알처럼 쏠 수 있는 장난감, 2-3층으로 그물을 타고 올라가면 투명한 창이 있어서 1층을 내려다 볼 수 있던 창문까지 몇시간이고 뛰어놀거리가 가득해 에너지가 넘치는 어린시절엔 그곳이 가장 다이나믹한 놀이터였다. 실내놀이터를 다녀오고 나서는 동네 놀이터에 뻔하게 있는 타이어들과 철봉, 그네, 짧은 미끄럼틀이 시시해지는 부작용이 일어나긴 했지만 언젠간 또 갈 수 있을거란 희망에 부풀어 또 하루하루를 재밌게 보냈다.
요즘 신축 아파트에는 그때의 실내 놀이터들보다도 화려하고 특이한 시설들이 많이 들어와있는데 (심지어 아파트 내 놀이터에 워터파크처럼 물도 나온다...위에서 물쏟아지는 해골바가지도 있다...) 지금은 다 커버린 30대 어른이지만, 가끔 밤이되어 아이들이 없을때는 몰래 들어가서 나도 한번 체험해보고 싶은 철없는 생각을 하곤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