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외로운 날이 있다. 문득 갑작스레 불안하고, 외로운 날. 갑자기 세상에 혼자가 된 듯 나를 응원하고 지지해주는 사람이 없는것만 같은 날. 분명히 모두가 똑같을텐데 괜시리 나 혼자, 나를보는 타인의 눈빛이 차갑다고 생각하게 되는 이상한 날.
오늘이 그런 날이었다.
오랜만에 누군가와 전화 통화를 하고싶은 날이었다. 통화가 힘들다면 오랜만에 누군가와 카톡이라고 주고받고 추억을 나누고 싶은 날.
나는 언제나 내가 먼저 연락하는 쪽이다. '오랜만이야, 잘 지내? 그냥 생각나서 연락해봤어.'하고. 그렇게 연락하면 '우와아아 이게 누구야~~ ?' 하고 반가운 대답이 되돌아온다. 그래서, 반가워하니 다행이다 싶다가도 누구하나 먼저 연락해오는 사람이 없다는 사실에 시무룩, 서운해지곤 한다. 인생을 잘못 살아온건 아닐까? 나중에 나이가 더 들면 더욱 먼저 연락하는 사람이 없어서 외로운노인이 되는건 아닐까? 하는 괜한 걱정이 검은 먹구름처럼 뭉게뭉게 피어오른다.
어린 시절에는 누군가에게 이 외로움을 기대야만 해결되리라 믿었다. 친구들에게 기댔고, 연인에게 기댔다. 내가 외로움을 많이 알게되었던 학창시절, 가족에게는 기대기 힘들었기에 무언가를 계속해서 찾아헤맸다. 마치 눈을 손수건으로 가린 어린아이같았다. 아무것도 보이지 않아 무섭고 불안한데, 어딘가 안심할만한 보드랍고 폭신하고 따스한 의지처를 더듬더듬 찾아헤매는 어린아이같았다. '그래, 여기라면 안심이야!'하고 눈을 가린 손수건을 풀어낼때면 안도의설렘으로 가슴이 콩닥거렸다. 이제는 괜찮을거라고 생각했다. 그러나 매번, 나의 외로움과 불안은 뭉게뭉게 커져서 의지처가 펑! 하고 터진 풍선인형처럼 프스스 가라앉거나, 등을 돌려 가버리거나, 딱딱하고 차가운 잿빛의 철바위로 변하고 말았다. 그리곤 언제나 다시 혼자 남겨지고 하는 것이었다.
몇번을 거치고 조금은 알았다. 나의 외로움을 누군가 해결해 줄 수 없다는 것을. 도와줄 순 있어도 책임져 줄 순 없다는 것을. 나 스스로 해결해야만 하는 삶의 과제이며, 이 외로움이란 녀석은 결코 내 삶에서 사라지지 않고 그저 크기만 변할 뿐이라는 것을.
그래서 오늘도, 서운하단 말을 꾸욱 눌러놓고 오랜만에 옛 친구들 몇명에게 잘 지내니, 별 일없고 밥은 잘 먹었냐며 인사를 건넨다. 그리고 그저 파아란 하늘과 노랑빨강단풍을 입은 가을나무들을 친구삼아 좋아하는 음악을 듣고 걸을 뿐이다. 그리고 하늘을 향해 조용한기도를 되뇌일뿐이다.
조금 더 불안과 외로움을 지혜롭게 다룰 줄 아는 사람이 되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누군가가 먼저 내게 잘 지내? 별일없지? 하고 오랜만의 반가운 인사를 건네기를. 그런 날이 있다면 아침부터 들꽃이 가득 핀 꽃밭을 만난 양 종일 행복할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