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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연두빛초록 Jul 16. 2024

아가, 담대하그라.

담대하게 담백하게 살아나가길

담대함이란 무엇일까,

내게 담대함이란 어떠한 상황의 변화에도 

평정심을 유지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으로 삶을 지속해나가는 것이다.

아주 대단한 용맹함으로 싸워 이기는 것도 아니고

누가 보아도 용감하고 단단해 보이는 장군처럼 되는 것도 아니고

그저 은은하게 흔들리지 않고 조용히 본인의 삶을 차분하게 챙기며 사는 것이다.


'담대함'은 내 삶의 평생 숙제였다.

'불안'기제가 아주 강한 나는 외부의 상황에 아주 쉽게 흔들렸다.

학창시절엔 나름 새로운 환경에 적응도 잘하고 할 수 있다는 자신감이 있다고 생각했는데,

지금 되돌아보면 그 시절엔 그만한 외부의 변화가 없었던 거였다.


진짜 시작은 사회 진출 이후였다.

나름 아르바이트도 한다고 해보았지만, 취직 이후의 환경은 참으로 변화무쌍했다.

갑작스레 다가온 상사의 질책과 압박, 아무도 알려주지 않은 고난도 업무의 배정,

난생 처음으로 가본 건설현장과 플랜트 현장에서의 감독업무. 

그리고 시시각각 바뀌는 부서배정과 나와 맞지 않는 사람들과의 갈등.


결혼 후도 만만치  않았다.

그냥 '나'에서 '아내'이자 '며느리'가 되어 살림의 주체가 되어야했다.

친정엄마의 꼼꼼하고 따스한 손길 아래 적당히 공부와 일만 했던 온실 속 화초라

요리, 청소, 빨래, 공과금처리 등 집안일의 대소사를 처음부터 새로 배워야했다. 

거기에 더해진 시어머니의 매몰찬 대우는 어린 신부에게 이겨내기 벅찼다.

휴식시간이던 주말과 명절은 그저 스트레스받는 또하나의 노동절일 뿐이었다.

(지금 생각해도 진짜 잔인하다. 직장인은 일년 연차 15일 빼고는 쉬는 날도 별로 없는데,

심지어 주말하루는 집안일 적당히 하고나면 사라지건만 명절까지도 쉬지 못하는 한국인...)


아, 진짜는 '엄마'가 되고나서 부터였다.

'나'보다 '아기'에게 모든 삶의 초점을 맞췄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아기에게 삶의 시계를 맞추는게 큰 스트레스가 아니었다는 점이다.

물론 얼마 전부터 시작한 워킹맘의 삶은 정말 녹록치 않다.

'직장인', '엄마', '아내', '딸', '며느리' 아주 많은 역할과 그에따른 의무가 생성되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다 해낼 수가 없어서 가끔은 폭발 직전이 된다.

나에게 그런 의무를 부여하는 사회와 타인에 대한 분노도 일지만,

그걸 해내야하는데 그러지 못하는 부족한 나 자신에 대한 분노로 일그러진다.


말이 많이 새어나갔지만, 

아직 그리 긴 세월을 살아온 것도 아닌데

한 사람이 태어나면 참 많은 변화를 만나고, 이겨내고, 적응해야한다.


이 시를 읽으며

'육아'라는 것의 최종 목적지는 

'삶을 스스로 담대함으로 살아나갈 수 있는 사람'하나를 키워내는 것이라 생각했다.

그를 위해선 어떤 부모가 되어야할까, 고민해본다.


1. 나 스스로가 담대한 사람이 된다.

- 부모는 아이의 거울이다. 내가 삶에서 힘들다고 많이 지쳐있는 모습을 보이면 모범이 되지 못할 것이니

  나부터가 조금 더 단단하고 담대하며 용기있게 살아갈 수 있도록 해야겠다.

  힘들 땐 우리 아가 사진을 보고서 다시 힘을 내보자!


2. 무한한 지지를 해주자.

- 아무리 담대한 사람이라도, 도저히 이겨낼 수 없는 상황은 당연히 닥친다.

  또한 아이가 어릴수록 스스로의 내면에서부터 우러나오는 담대함은 기질마다 다르겠으나

  용기를 가지기 어려울 수 있으므로 

  뒤에서 '믿을만한 언덕'이 되어줘야겠다.

  세상 모두가 등을 돌려도 마지막 한사람이 내 편이라면 삶은 또 한번 살아내볼 수 있는 것이므로

  또한 그런 존재가 부모가 된다면 얼마나 든든하겠는가?


3. 새로운 경험을 제공하자.

- 나의 삶은 대부분 앉아서 하는 공부로만 기억된다.

  삶이 탁상행정이었으니, 현장에 투입되어서는 당황하고 방황하느라 적응할 시간을 놓친다.

  '공부'만이 삶의 길도 아니고, 답도 아니니, 다양한 경험을 함께 지속적으로 해야겠다.

  어떤 경험을 해야할지는 천천히 고민이 필요하겠다.


4. 조언이 필요하면 최선을 다해 제공한다.

- 믿을만한 훌륭한 멘토를 구하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이던가.

  모두가 한 번 사는 삶이니, 어려운 것은 마찬가지고 마주치는 길마다 머뭇거리는건 당연하다.

  그 때 마다 아이의 조언자가 되어줄 수 있다면, 조금은 수월하게 지나가지 않을까.

  조언할 깜냥이 안된다면 훌륭한 청자라도 되어주자.

  진심으로 들어주는 일이 8할이다.


5. 감정에 대해서 자유롭게 이야기할 수 있는 편안한 가정환경을 만들자.

- 힘겹고 어려움을 느낄 떄 마다 가장 먼저 달려가 말하고 싶은 사람이 바로 부모였으면 한다.

  삶을 살아나가느라 팍팍할지라도, 우리 아이가 말하는 것들은

  다른 일들을 잠시 뒤로 하고 최 우선으로 생각하기로 한다.

  언제까지나 무슨일이 생겨도 바로 달려올 친구 1호가 되어주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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