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유증 때문에 고생하는 애니
네가 꿈을 이루는 걸 보고 싶어,
그게 나의 꿈이야
어느 날, 친구가 하나의 링크를 공유해 주며 이거 보고 눈물 날 거다라는 말을 했다. 처음에 그 말을 들은 나는 이게 무슨 호들갑인가 싶었다. 딱 봐도 미래사회에서 어느 정도 싸우다가 두 주인공이 사랑에 빠지는 그런 흔한 이야기라고 생각했다. 안 봐도 내용을 알 것만 같은 그런 애니인 줄 알았다. 그래도 친구가 추천해 준 작품이니 1화 정도는 볼까 하고 이 애니를 틀었다.
3시간 뒤, 나는 울었다. 진짜 거짓말이 아니다.
이 작품은 겉으로만 봤을 때는 화려하게 꾸며져 있는 그냥 그런 애니처럼 보이지만 보다 보면 정말 감탄을 안 할 수가 없는 작품이다. 지브리가 만들었던 일본 애니의 황금기를 다시 만들어낸 것만 같은 느낌을 주는 명작이다. 인물 한 명 한 명이 모두 매력적이며 설정도 빈틈하나 없이 완벽하다. 애니의 원작이라고 할 수 있는 게임을 모르는 사람이 봐도 그 내용의 깊이가 느껴지고 마치 내가 그곳에 있는 것과 같은 생동감과 사실감을 전달해 준다. 진짜 좋은 점이 너무 많았고, 오랜만에 보는 일본 애니여서 할 말이 너무 많지만 간략하게 장점을 3가지로 나누어 보겠다.
엄청나고 디테일한 디자인
사실 SF장르인 미래사회를 바탕으로 하는 애니는 정말 많다. 그리고 대부분의 이런 작품들이 유사한 점도 많은 걸 알 수 있다. 디스토피아적인 세계관 속에서 기계와 살아가는 인간이라는 소재도 정말 흔하게 접할 수 있는 장르이기 때문에 우리는 이러한 모습을 여러 애니와 영화에서 접할 수 있다. 그러나 사이버펑크는 좀 달랐다. 사이버펑크가 다른 작품들에 비해서 압도적으로 남 다른 미래사회를 보여주는 건 아니지만 인물들과 어우러지는 배경을 정말 잘 만든다고 생각이 든다. 가장 대표적인 예를 들 수 있는 게 바로 ‘ 달 ’이다. 이 작품을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달이라는 장소는 큰 의미를 가져다주는 장소이다. 극 중에서 주인공인 데이비드와 루시는 가상세계로 달을 여행하는데, 이때 비주얼이 정말 압도적이다. 화려하게 빛나는 달의 모습과 그곳에서 자유를 느끼는 두 청춘은 정말 아름답다. 그 외에도 액션이나 여러 기술들을 사용할 때도 화려한 이펙트와 함께 눈이 화려해지는 연출들이 많았다.
수 많은 장애물 속, 하나의 마음
이 작품은 약 20분 정도의 러닝타임으로 총 10화가 진행된다. 그러다 보니 좀 급하게 이야기가 진행되는 감이 있다. 이 점은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으나 나에게는 이 점이 단점이 아닌 오히려 장점으로 작용되었다. 너무 길지 않은 러닝타임은 적절한 긴장감과 흥미를 유발하기에 충분했고, 다소 급박하고 빠르게 진행되는 스토리는 마치 주인공인 데이비드의 인생처럼 느껴져서 작품이 끝난 뒤에는 진한 여운을 주기 때문이다. 러닝타임뿐만 아니라 이 작품에 담겨있는 스토리도 너무나 좋았는데, 이 글의 제목이기도 한 모든 것이 변해도 이 것만은 안 변한다는 이 작품의 주제의식이 나는 너무 좋았다. 세상이 변하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몸을 바꾼다. 더 강하고 더 똑똑하게 바꾼다. 주인공인 데이비드도 더 강한 몸을 위해서 몸을 개조하고 바꾼다. 이야기의 끝에 가서는 마치 자신의 모습이 아닌 것 같은 상태로 변하게 되고, 몸뿐만 아니라 정신도 변하며 의식을 잃게 된다. 그러나 이 상황에서 등장한 루시를 보자마자 데이비드는 정신을 차린다.
이 작품에서 말하는 그 변하지 않는 것은 바로 사랑이다. 루시는 데이비드를 사랑하기 때문에 그가 괴물이 되는 걸 원하지 않았고, 그가 살았으면 했다. 데이비드 또한 루시를 사랑하기 때문에 루시의 꿈을 이루어주기 위해서 노력한 것이다. 작품 안에 깊게 뿌리 내려져 있는 사랑이라는 마음은 이야기의 끝에서 강렬하게 터지며 시청자들의 마음에 깊은 여운을 준다.
바보 같은 영웅, 데이비드
이 작품의 주인공인 데이비드 자체가 최고의 장점이다. 데이비드는 처음부터 끝까지 어리숙하고 완전하지 못하다. 어리며 미완성의 상태이다. 우리는 이 작품을 모두 보고 나면 한 가지 의문이 들 것이다. 데이비드는 대체 왜? 나 또한 계속해서 이 의문이 머릿속에 떠 올랐고, 깊은 아쉬움을 느꼈다. 그러나 데이비드가 그랬던 이유는 그저 착하기 때문이다. 모두의 꿈을 이루어 주는 것이 자신의 꿈이라 말했던 데이비드의 그 착한 마음 때문이다. 우리가 데이비드를 그렇게 좋아하고 눈물을 흘린 이유는 데이비드에게서 우리의 모습을 봐서 그런 거 아닐까 싶다. 어리숙하며 미완성의 존재이지만 누구보다 사랑하는 사람을 위해 최선을 다 하며 그 사람의 꿈을 위해 달리는 그의 모습이 마치 우리와 같아서 그렇게 우리는 그에게 박수를 보내고 눈물을 흘리는 거 아닐까.
후유증의 애니
우선 이 작품은 정말 추천한다. 이런 장르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라고 해도 당당하게 이 작품을 추천할만하다. 모든 등장인물들이 매력적이며 그냥 버려지는 캐릭터 하나 없이 모두 각자의 자리에서 최선을 다 하고 퇴장한다. 작품이 건네는 메시지 또한 간결하면서 직관적이다. 이 글에서 하나하나 모든 메시지를 말하지는 못했으나 작품을 보고 나면 이 작품이 우리에게 무엇을 말하는지 알게 될 것이다. 작품에 삽입되어 있는 음악의 퀄리티 또한 최상이니 작품을 감상할 때 아무도 없는 조용한 적막 속에서 큰 볼륨으로 감상하기를 적극 추천한다.
5점 만점에 3.5점
후유증이 너무 커서 2회 차 보고 싶어도 아마 못 볼 것이다. 그리고 이 작품을 모두 보고 난 뒤 I really want to stay st your house를 듣는다면 진짜 펑펑 울 수도 있으니 조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