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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딘가 부족해서 더 좋은 [ 썬더볼츠 ]

우리가 좋아하던 마블의 소소한 재미

by 송우


네가 왜 골키퍼를 하고 싶다고 했는지 알아?
실수했을 때 의지가 되는
사람이 되고 싶다고


어벤저스 엔드게임 이후 완전히 새롭게 시작된 마블 유니버스의 이야기. 새로운 히어로들과 인물들의 등장으로 기대감도 있었으나 유니버스의 큰 주축이자 기둥인 아이언맨과 캡틴의 퇴장으로 인한 걱정이 더 큰 것이 사실이었다. 그리고 작은 걱정으로 만들어진 눈덩이는 어느새 막을 수 없을 정도로 커져 많은 팬들에게 비난을 받고 있는 현재의 마블 유니버스이다. 어쩌면 마블의 앞으로의 미래를 위해 이번 썬더볼츠의 역할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마블의 역대급 이벤트인 어벤저스 4,5를 위한 초석이 될 이번 작품은 등을 돌린 마블 팬들을 다시 스크린을 데려올 역할을 수행하게 될 것이다.



성공적인 반전

결과적으로 썬더볼츠는 등을 돌린 마블 팬들의 마음을 다시 돌려놓기에 충분했다. 최근 마블 작품에서 계속 문제점으로 지적된 억지스러운 스토리와 인물들의 등장, 과도한 멀티버스 설정으로 인한 피로도 없이 편안하게 스토리가 진행되었다. 억지스러운 인물들이나 전개도 비교적 없는 편이었으며 지루한 부분 없이 처음부터 동일한 호흡으로 잘 이끌어 나간 점이 매우 큰 장점이다. 인물 한 명 한 명의 매력도 매우 뛰어났다. 앞서 진행되었던 여러 마블 영화에서 나오는 매력 없이 무작정 뒤섞여 있던 캐릭터들이 아니고, 각자의 사연이 있는 매력적인 캐릭터들이 스토리를 이끈다. 이 점에서 우리가 알 수 있는 사실은 영화의 성공에 있어서 캐릭터는 무작정 강하고 카리스마가 넘치는 인물보다는 매력적이며 개연성이 있는 캐릭터가 중요하단걸 알 수 있다.


어딘가 부족해서 그래서 더 좋은 캐릭터

이번 영화에 가장 기둥이 되는 주제는 어딘가 아픔이 있고, 부족함이 있는 짠한 루저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세상의 중심으로 활동한 적도, 누군가의 존경을 받는 히어로도 아닌, 남들이 모두 꺼려하는 일들을 어둠 속에서 비밀리에 진행하던 인물들이 서로의 부족함을 채우며 함께 성장하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나도 모르게 마음이 뿌듯해지는 걸 경험할 수 있다. 요즘 마블에 나오는 캐릭터들은 모두 강한 범지구적 존재이며 일반적인 인간들은 넘볼 수 없는 힘을 가진 존재들이 되었다. 그러나 이 작품에서는 그러지 않은 캐릭터들을 특유의 가벼운 유머로 풀어가며 극의 재미를 끌어올린다.


썬더볼츠 ( 2025 )


우리가 좋아하는 마블의 가벼움

가장 근본적인 마블과 DC의 차이점이 무엇이냐 묻는다면, 당연 분위기의 차이이다. DC는 배트맨과 조커로 대표되는 어두운 분위기의 스토리가 주를 이룬다면, 마블은 아이언맨, 스파이더맨 등과 같은 캐릭터로 대표되는 능글맞고 재치 있는 분위기를 상징한다. 그 점에서 마블은 일반적인 관람객들에게 부담감을 지워주었고 남녀노소 나이불문 하고 모두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는 재밌는 영화를 만들어 왔다. 그렇다고 마냥 밝은 분위기에 히어로만을 그려내지 않고 그 안에서 인물이 겪는 여러 복합적인 고뇌와 심리를 복잡하지 않게 그려내며 관람객들이 주인공에게 더 깊은 공감을 만들어 내게 했다.

이게 마블이 10년이 넘는 기간 동안 유지한 큰 기둥이다. 그러나 최근에는 이 의미가 좀 지워진 것 같았다. 이터널스와 닥터스트레인지 2, 토르 4를 보며 그걸 느꼈다. 이터널스와 닥터스트레인지 2는 그 결은 다르지만 너무 딥하면서 낮은 분위기가 깔린다. 중간중간 환기가 되기도 하고 분위기가 변하기도 하지만 마블 특유의 느낌은 안 나오고, 토르 4는 지나치게 밝다. 그 안에 있는 속은 텅 빈 느낌이다.


그러나 썬더볼츠는 달랐다. 우리가 좋아하는 마블의 그 분위기가 느껴졌다. 어떤 나잇대에 어떤 성별이던지 그냥 가볍게 웃음을 지을 수 있는 장면이 여럿 있다. 깊은 생각과 이해, 무거운 분위기는 필요 없다. 극의 집중을 위한 장면은 있지만 마블의 깔끔한 재미는 놓치지 않는다. 그렇다고 마냥 가볍게 극을 이끌지 않고, 그 안에 있는 가정폭력과 학대, 트라우마와 같이 현대인들이 쉽게 공감할 수 있는 작품의 큰 주제를 부담감 없이 자연스럽게 극의 녹아냈다는 점이 이 작품이 좋은 수작이라고 하는 이유이다.


쉬는 시간

최근 마블은 너무 빠르게 달려온 감이 있다. 우후죽순 여러 인물들과 스토리가 어지럽게 얽혀있다. 이런 상황 속에서 썬더볼츠는 최종장으로 가기 전 잠깐 쉬어가는 느낌의 영화이다. 큰 부담감 없이 즐길 수 있다.




5점 만점에 3점

내가 좋아하는 마블의 익숙한 이 맛, 무겁지 않고 가볍게 즐길 수 있는 내용과 매력적인 캐릭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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