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굿바이 마에스트로 [ 루카 모드리치 ]

지금까지 마드리드의 작은 거인 루카 모드리치였습니다.

by 송우
은행에 돈을 맡기는 것보다 모드리치에게
볼을 패스하는 것이 더 안전하다.


작은 키와 왜소한 피지컬. 성공할 수 없을 거라는 주변의 비판 속에서, 크로스 카제미루 모드리치라는 축구 역사에 이름을 남길 중원의 조합으로 3년 연속 유럽 축구 정상에 군림하며 30대 후반이라는 운동선수로서의 끝자락에서 다시 한번 증명하며 마드리드의 역사가 된 중원의 마에스트로


이 글은 마드리드의 마에스트로

루카 모드리치에 대한 감상평이다.




내가 축구를 제대로 보기 시작했던 2018년 러시아 월드컵.

시작부터 끝까지 많은 이변들이 있었던 월드컵이다. 강력한 우승 후보라고 생각했던 팀들이 빠르게 탈락하기도 했고, 비교적 약팀이라고 불렸던 팀들이 높은 곳으로 향하기도 했다. 이 중 당연 가장 큰 기적을 부른 팀은 크로아티아였다. 단단한 팀의 결속력과 무너지지 않는 정신력으로 결승까지 올라갔던 크로아티아의 열정은 그 당시 많은 축구팬들에게 감명을 주었다. 나 또한 그들 중 하나였다. 크로아티아의 그 끈질긴 집중력이 놀라웠고, 포기하지 않는 그들의 끈기에 마음이 울컥해졌다. 그들 모두 뛰어났고, 놀라웠지만 이 남자는 무언가 달라도 달랐다. 축구를 잘 모르는 그 당시의 내가 봐도 이 남자는 작은 체구에 맞지 않게 자신보다 큰 선수들을 상대로 경기장을 자유롭게 조율했다. 팀의 중심으로 연장전이 끝나는 순간까지 뛰며 엄청난 체력을 보여주기도 했다. 크로아티아의 마법 같은 순간 속에 항상 그는 별처럼 빛났고, 그런 모습에 반한 나는 그 이후 약 7년 동안 모드리치의 팬이 되었다.


패스 마스터

모드리치의 장점은 정말 많고 많지만 역시 뛰어난 건 패스 능력이다. 일단 시야가 매우 넓기 때문에 공을 받은 순간, 이미 경기장에 있는 모든 선수를 파악할 수 있었다. 그렇기에 가장 좋은 타이밍, 중요한 순간에 결정적인 패스를 많이 뿌려줬다. 내가 본 모드리치는 전성기에서 많이 떨어지고 있던 시절이기는 했지만 그가 보여주었던 시원한 패스들은 당시 최고의 미드필더 누구를 데려와도 떨어지지 않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특히 모드리치의 전매특허인 아웃사이드 패스는 상대방이 반응조차 하지 못하는 엄청난 파괴력을 보여주었다.


탈압박의 장인

내가 생각하는 모드리치가 2010년대 최고의 미드필더 중 하나인 이유는 바로 이 탈압박 능력이다. 중원에서 활동하는 미드필더라는 포지션 특성상 사방에서 상대방의 압박이 들어오게 되는데, 그 압박을 얼마나 효과적으로 잘 빠져나오는지가 미드필더의 능력을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순간이라고 생각된다. 모드리치는 겉으로만 보면 상대방이 수비를 들어오며 바로 뺏길 것 같은 느낌이지만 모드리치가 공을 잡았을 때만큼이나 안정적인 상황이 없다. 폼이 다 떨어진 이번 24/25 시즌에도 모드리치의 볼 소유 능력과 탈압박 능력은 웬만한 유럽 미드필더 수준보다 뛰어나다고 감히 말할 수 있는 수준이다.


결국 마지막까지 남아 있던 건 모드리치

15/16 시즌부터 레알 마드리드는 역사상 최초의 챔스 3연패를 달성했다. 그 당시에도 모드리치는 꽤 나이가 있는 편이었다. 앞서 말했던 2018 러시아 월드컵 당시에는 베테랑이라는 소리를 들었을 정도. 그러나 그가 2025년까지 레알 마드리드의 준주전으로 활약했다고 하면 믿기지 않는다. 크카모의 중원 라인에서 가장 나이가 많아서 가장 먼저 떠날 줄 알았지만 제일 마지막에 나가게 된 모드리치이다. 모드리치는 워낙 부상을 잘 당하지도 않고, 선수 자체가 기본 체력이 좋아서 이 나이까지 뛸 수 있었지 않았나 싶다. 이 나이까지 실력을 유지하며 경기를 뛴다는 것 자체의 존경의 박수를 보내고 싶다.


루카 모드리치


굿바이 나의 마에스트로

내가 축구를 보며 가장 좋아했던 미드필더인 토니 크로스와 루카 모드리치 둘 모두 이렇게 마드리드를 떠났다. 선수생활 중에도 항상 일찍 은퇴를 생각한다라고 말했던 크로스와의 이별은 어느 정도 생각했으나 항상 함께 있을 것만 같았던 모드리치의 이별은 꽤 크게 다가왔다. 사실 2021년부터 모드리치와의 마지막을 생각했으나 1년, 1년 계속 있다 보니 그 소중함을 잊지는 않았나 싶다. 솔직히 말년에 모드리치에게 안 좋은 마음도 많이 들었다. 그도 그럴 것이 동년배들은 모두 은퇴하고 있는데 이 형님만 레알 마드리드라는 빅클럽에서 거의 주전급으로 계속 나오다 보니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나 전성기에서 많이 내려온 것 같다. 내가 알던 압도적이고 뛰어난 그 모드리치가 아니어서 안쓰러운 마음에 아픈 마음으로 오히려 더 화를 내게 된 것 같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정말 고마운 게 많다. 팀의 중심으로 그가 가져온 수많은 트로피를 생각하면 그가 마드리드 최고의 미드필더라는데에는 큰 반박이 없을 것이다.




새로운 시대의 시작

레알 마드리드는 이번 24/25 시즌 그야말로 최악이었다. 구단 내부로나 외부로나 전 세계의 비호감적인 이미지로 시즌을 망치고 말았다. 성적도 최악을 보여주며 무관으로 시즌을 끝내며 내가 봤던 지금까지의 시즌 중 당연코 최악의 시즌이라고 평가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제 레알 마드리드는 새로운 시대를 시작한다. 구시대의 레전드인 안첼로티, 모드리치, 바스케스 모두 팀을 떠날 것이고, 젊은 감독인 샤비 알론소를 중심으로 새로운 팀으로의 모험을 시작할 것이다. 이번 시즌은 솔직히 많이 아쉽다. 구단의 레전드들을 모두 즐겁게는 보내주지 못한 것 같다. 구단 최고의 감독으로 평가받을만한 안첼로티와의 작별도 그렇고 구단의 헌신해 준 선수들과의 이별도 그렇다. 이번 시즌을 본보기 삼아 꼭 다음 시즌에는 반전을 만들어 낼 수 있으면 좋겠다.


나의 최고의 미드필더. 마드리드의 마법사.

마에스트로 굿바이.

루카 모드리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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