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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을 사랑하는 영웅 [ 슈퍼맨 ]

누구보다 인간적이기에 더 뛰어난 우리의 영웅

by 송우


그러니까 네가 틀렸다는 거야!
나야말로 가장 인간적이야,
나도 매일 아침 일어나서 뭘 해야 할지 혼란스럽만 일단 일어나서 하루를 시작해.
그리고 매 순간 최선을 다해 살아가!
나의 가장 강력한 파워는 바로 거기서 나와!
너의 힘도 바로 거기서 비롯된다는 걸 깨닫길 바래!


이보다 완벽한 영웅이 있을까.

다른 행성에서 온 낯선 이방인이지만 그 누구보다 인류를 위해 노력하고 힘쓰며 세상을 수호하는 정의의 상징이자 평화의 영웅, 모든 순간 정의롭고 인류애가 넘치며 자신의 몸보다 사람들의 안전이 우선인 전형적인 슈퍼 히어로.


인간과는 비교도 안 되는, 대부분의 히어로와도 비교되지 않는 압도적인 강력함을 가지고 있지만 그 누구보다 나약한 누구보다 현실적인 부분. 그 부분이 슈퍼맨에게서 오는 강력한 경외심과 존경, 동경이다. 지금까지의 어둡기만 했던 DC 유니버스라는 슈퍼 히어로의 역사가 드디어 새로운 시대를 맞이한다. 시작은 DC를 넘어 미국 코믹스 전체를 대표하는 히어로. 슈퍼맨으로 시작한다.

제임스 건과 함께 새롭게 시작되는 이 유니버스의 첫걸음을 함께 즐겨보자.


이 글은 영화 슈퍼맨의 감상평이다.

슈퍼맨 (2025)


지금까지의 DC는 어땠나. 아니 그 전의 슈퍼맨은 어땠는가.

가장 가깝고 우리에게 익숙한 헨리 카빌의 그 슈퍼맨. 맨 오브 스틸의 이야기를 안 할 수 없다.




맨 오브 스틸과 무엇이 다른가

맨 오브 스틸과의 근본적인 차이점은 슈퍼맨이라는 인물에서부터 시작한다. 카빌의 슈퍼맨의 특징은 어딘가 외롭고 고뇌에 차 있으며 자신의 존재에 대해 고민하고 좀 더 직설적이며 카리스마 강한 슈퍼맨이다. 하지만 이번 제임스 건의 슈퍼맨은 초반부터 자신의 존재성을 확실히 하며 인간과 신이라는 고뇌에 벗어나 단순하면서도 부드럽다. 다소 가벼운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 가벼움이 절대 안 좋은 가벼움으로 느껴지지는 않는다. 카빌의 슈퍼맨은 분명 그 진한 얼굴과 강력한 몸에서 나오는 싱크로율, 스나이더의 엄청난 연출로 만들어지는 강력함, 압도적인 무력은 슈퍼맨의 웅장함과 강함을 보여주지만 근본적으로 슈퍼맨의 기본 속성은 그 선함에 있다. 카빌의 슈퍼맨은 시간이 지나고는 어딘가 무서워지고, 두려움이 느껴지는 시점이 생기기도 한다. 거기서 오는 문제점이 이어지는 작품인 배트맨 대 슈퍼맨, 저스티스 리그에서 고스란히 드러난다. 슈퍼맨이 강력한 거 너무 좋다. 슈퍼맨은 원래 최강이니깐. 하지만 그러면 말이 안 되는 지점이 생기기도 한다. 슈퍼맨은 주변 인물들의 무력함을 강조한다. 슈퍼맨이 여기서 최고고 아무도 못 이기니깐 주변 인물들을 그저 조금 멋진 들러리에 지나지 않는다. 스토리 또한 그렇게 이어져 결국 영화가 끝나면 기억에 남는 건 슈퍼맨의 강함과 그 액션밖에 남지 못한다.


그러나 이번 슈퍼맨은 다르다.

사실 이번 슈퍼맨은 약하다. 압도적이지도 모두를 초월하지도 않다. 그래서 좋았다. 슈퍼맨이 아파하고 힘들어하고 지친 모습이 그를 더 현실적으로 인간적으로 느끼게 만들어준다. 범지구적인 그 강함에서 나오는 매력 또한 슈퍼맨의 매력이지만 자연스럽게 지구의 인간인 클락 켄트로 살아가며 그 누구보다 인간적인 면모를 보여주는 것도 슈퍼맨의 매력이다. 그 점을 제임스 건은 잘 표현했고, 무엇보다 중요한 건 주변 인물들의 매력이 전혀 반감되지 않았다는 것이다. 후속적으로 서술하겠지만 여러 명의 캐릭터 모두가 적절한 분량 속에서 자신들의 매력을 충분히 보여준다. 작품의 전체적인 분위기 또한 카빌의 그것과는 다르게 대부분이 밝은 햇빛을 받으며 진행되고 진중하고 웅장하기보다 박진감 넘치며 밝은 에너지가 감싼다.


적절한 스킵과 분량, 이건 제임스 건의 특기여서

우리가 배트맨, 슈퍼맨, 스파이더맨 영화를 생각하면 가장 먼저 떠 오르는 건 무엇일까. 배트맨의 부모님이 강도에게 총을 맞고 죽는 장면? 슈퍼맨이 사라져 가는 크립톤 행성에서 지구로 출발하는 장면? 아니면 슈퍼거미에게 물리는 피터 파커? 이 모든 장면은 히어로들의 탄생을 말해주는 장면이다. 그렇기에 리부트가 많이 진행된 세 명의 히어로의 작품에는 항상 이 장면이 나오고, 이 장면을 본 팬들은 생각한다. 또야 또 죽어? 또 이거야?라는 생각이 어쩔 수 없이 든다. 히어로의 근원은 아주 근본적이고 핵심적이라고는 하지만 반복되는 스토리는 관객들에게 피로를 주는 것도 사실이다. 그렇기에 제임스 건은 이런 뻔한 장면을 과감하게 잘라냈다. 이런 제임스 건만의 깔끔한 자르기는 앞선 히어로 영화에서 계속해서 등장하며 팬들에게 편안함을 주었다. 불필요한 건 깔끔하게 자르고, 필요한 장면만 딱 딱 넣어주는 제임스 건의 능력의 박수를 안 보낼 수 없다.


이게 내가 좋아하는 슈퍼맨이지

나의 어린 시절 내가 좋아했던 슈퍼맨. 항상 평화를 상징하며 옳은 편에서 사람을 구하는 영웅이다. 여기서 중요한 건 사람을 구하는 영웅이라는 것이다. 슈퍼맨은 아주 오리지널 하다. 영웅은 악당을 물리치는 것도 맞지만 시민을 구하는 사람이다. 요즘 들어 많은 슈퍼히어로 영화들은 이런 아주 근본적인 본질을 잊고 있다. 시민들을 구하고, 시민들의 희망이 되는 히어로보다 그저 강한 악당을 물리치고 악은 지고 선은 이긴다.라는 결과만 만들어낸다. 그동안에 얼마나 많은 피해가 있었는지는 조명하지 않는다. 그러나 이 작품은 말한다. 슈퍼맨은 시민을 구한다. 시민을 구하고 싸운다. 사실 히어로라면 가장 기본적이지만 지키기 어려운 것은 그것을.


캐릭터 하나하나 잘 뽑았다.

한 영화의 깊은 배경 필요 없이 많은 캐릭터를 등장시키는 건 제임스 건의 또 다른 장기이고 특색 있는 기술이다. 이번 영화에서도 생소하고 의문점이 드는 캐릭터들이 대거 등장하지만 이들 모두 적당량의 분량을 가지고 있으며 이 캐릭터들의 개성이 주인공인 슈퍼맨을 덮지 않는다. 딱 슈퍼맨의 조연이지만 꽤 매력 있는 정도를 유지하며 오히려 감초 같은 역할을 한다. 그러나 이 점이 어쩌면 불호의 포인트가 될 수도 있지 않을까 싶었다. 캐릭터들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상태에서는 그들이 반갑고 그들을 잘 표현해 준 제임스 건이 좋지만 하나도 모르는 일반인이 볼 때는 그들이 생소하고, 그들에 대한 설명도 빈약하기에 이해를 하는 데 있어서 어려움이 있을 것 같았다. 그렇다고 해서 최근의 마블처럼 단독적인 드라마를 보거나 그럴 필요는 없이 영화를 보는데 이해가 안 되지는 않으나 알고 있으면 더 좋은 정도이다.




첫걸음은 성공적이다.

제임스 건과 완전히 새롭게 시작하는 DC유니버스의 첫 주자이자 대표인 슈퍼맨은 일단 성공적인 첫걸음을 걸었다. 약간의 아쉬운 부분은 있었으나 처음 시작으로는 매우 훌륭하며 지난 여러 히어로 영화들 중에서는 당연코 가장 좋았다. 이해하기 쉬운 스토리와 화려한 액션, 모든 것이 적절했고 기존의 팬들과 새로운 팬들 모두 만족할만한 영화였다. 만약 슈퍼맨 혹은 DC의 팬이라면 무조건적인 추천이며 마블의 팬이라고 해도 즐겁게 볼만한 영화이다. 이번 영화를 통해서 제임스 건의 큰 그림의 작은 시작점을 본 듯한 기분이고 앞으로가 기대되는 유니버스의 시작이다. 과연 마블을 위협할만한 정도로 성장이 가능할까. 다음은 슈퍼걸이다. 이 좋은 흐림, 이제는 타고 달릴 시간이다.


슈퍼맨 (2025)


5점 만점에 3.5점

가장 인간을 사랑하는 인간적인 히어로. 평화의 상징이자 영웅이라는 이름의 가장 잘 어울리는 남자. 성공적인 시적점이며 기대되는 세계관이지만 약간의 호불호 요소는 보였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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