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를 낳고 펼쳐진 신세계

자연주의 출산으로 가는 길

by 유이배

새벽 1시를 훌쩍 넘어선 시간이었다. 가족들의 연락이야 휴대폰으로 올텐데, 병원 전화로 누가 전화를 걸었을까 싶었는데 신생아실로부터 온 전화였다.


"산모님, 아기가 배고파하는 것 같은데 수유 하시겠어요?"


출산을 한 시각이 밤 11시30분경. 캥거루 케어를 하긴 했지만 내가 열 달을 품은 아기가 내 곁에 없는 사실이 이상하게 느껴지던 차에 아기로부터 전화가 온 것이다. 한 편으로는 막 아이를 낳은 산모가 신생아실까지 이동해도 되는 것인지 판단이 안 서긴 했지만, "엄마가 되었다!"라는 책임감과 아기를 보고 싶은 마음에 자리에서 일어서려고 해보았다.


그 때 마침 들어선 산모 병동의 간호사가 "지금은 어디 못 가세요"라며 나를 저지한다.


신생아실에서는 오라고 하고, 산모 병실에서는 가면 안된다고 하다니. 대체 어떻게 하는 것이 맞는 것일까. 순간 헷갈리기 시작했다.


"저기, 수유 하러 오라고 하던데..."


쭈뼛거리며 말하는 내게 간호사는 "지금은 못가실텐데... 일단 화장실부터 다녀와보세요"라고 한다. 자리에서 일어서는 순간 핑 현기증이 생겼다. 조심스럽게 화장실까지 가서 앉아있다 일어서니 다시 어지럽다.


"어지러우시면 아직은 움직이기 힘들어요." 간호사의 말에 고분고분 따르기로 했다. 물론 뭐가 더 옳은 결정인지는 여전히 판단할 수는 없었지만.


신생아실 번호로 전화를 걸어 "지금은 못갈 것 같아요"라고 말했더니, "그럼 물 좀 먹일까요?"라고 말한다. 물을 먹이는 것이 맞는 것인지, 분유를 먹이는 것이 맞는 것인지, 아니면 '엄마'가 당장 달려가는 것이 역시 맞는 것인지 또 다시 혼란스러웠지만 "아..네"라고 대답하고 전화를 끊었다.

막달까지 직장에 다니느라 모유수유 교육을 전혀 못 들었는데 교육을 받았다면 무엇이 맞는 것인지 알 수 있었으려나. 잠시 죄책감과 어리둥절함 사이에 고민하던 차에 깜빡 잠이 들었다.


얼마 안돼 또 다시 머리맡 전화기가 울린다. 때르르릉! 소리에 옆 자리 산모가 부시럭 거린다. 괜히 피해를 준 것 같아 죄스럽다.


전화를 받으니 이번에도 신생아실이다. "산모님, 수유 하시겠어요?"


시계를 보니 새벽 3시. 이게 무슨 일인가 싶어졌다. 여하튼, 이번에는 가지 않으면 결코 안 될 것 같았다. 나는 간호사를 호출해 신생아실에 가야겠다고 말했고, 간호사는 휠체어를 내어줬다. 생전 처음 타보는 휠체어를 끌고 신생아실 바로 옆 수유실로 향했다. 이럴 줄 알았으면 보호자가 있는 병동으로 가는 건데.


나중에 알고보니 1인실을 썼더라면 아기가 엄마가 있는 병실로 와서 모자동실을 할 수 있다고 한다. 아무 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아기와 함께 있었어도 물론 멘붕이었겠지만, 여하튼 아이를 낳고 불과 몇 시간뒤에 벌어지는 모든 상황들이 내게는 낯설고 당혹스러웠다.


수유실 입구에서 손을 씻고 들어가니 새벽 시간임에도 여러 산모들이 수유를 하고 있었다. 그제서야 '아, 이런 것이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지만, 여전히 나는 수유를 어떻게 해야하는 것인지 모르는 상태였다.

5시간 전쯤 내가 낳은 아기가 간호사의 품에 안겨 나를 찾아왔다. 아기를 받아들고 한참 얼굴을 바라봤다. 아이도 나를 바라봤다. 캥거루 케어 때와는 또 달라진 얼굴이다. 혹시 아기가 바뀐 것은 아닐까 생각도 해봤다.


아이 얼굴을 한참 바라보고 있는 동안, 간호사가 수유 자세와 방법을 안내해줬는데 너무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어떻게 해야하는지 전혀 감을 잡지 못했다. 일단 되는대로 젖을 물려보았더니, 아기가 세차게 빨았다.


'아, 이게 바로 '젖 먹던 힘까지'라고 하는 그 힘이구나.' 그 와중에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렇지만 아이의 젖 먹던 힘에도 불구하고 뭔가가 나온다는 느낌은 없었고, 아기가 세차게 빨면 빨수록 나는 안타까워졌다.


또 다른 산모에게 수유법을 안내해주는 간호사를 황급히 붙잡아 "지금 이게 나오는게 맞나요?"라고 물어봤는데, 대충 흘겨보더니 "네, 그렇게 하세요"라고 하고는 휙 가버린다.


얼마나 젖을 물렸는지는 모르겠으나 어느 순간부터 너무 아팠다. 아이를 살짝 떼어놓고 다시 얼굴을 바라봤다. 아이도 빤히 나를 바라본다. 핸드폰으로 그 얼굴을 살짝 찍었다. 수유를 하는 공간인만큼, 촬영을 해서는 안될 것 같다는 생각에 그야말로 몰래 찍었다.


아기를 간호사에 내어주고 다시 돌아왔다. 이미 젖꼭지는 얼얼한 느낌이다. 병실로 돌아와 전날부터 못 잔 잠을 자보려고 누웠다. 그.러.나. 새벽 5시에 또 콜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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