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콤달콤 설레는 감정만이 사랑이라 생각했던 날들도 있었는데. 내 사랑이 진하고 고소해진 순간은 나의 아기들을 만난 날부터였다.
4살이 된 첫째를 재울 때 나는 매번 "O이는 누구의 보물? 누구의 기쁨? 누구의 행복? 누구의 사랑?"이라고 물어보며 내 뺨을 아이의 작은 뺨에 무자비하게 부빈다. 아이는 엄마의 급습에 깔깔 거리면서도 "엄마의 보물 엄마의 기쁨 엄마의 행복 엄마의 사랑"이라고 단숨에 대답한다. 아이의 말문이 트였을 무렵부터 늘 치르는 일종의 수면 의식.
침대에서 뒹굴던 아이는 얕은 잠결에 고 오밀조밀한 손으로 내 손을 찾아낸 뒤에야 깊은 잠에 빠진다. 고 귀여운 모습을 보고있으면 내 가슴 속 사랑은 또 한 번 진하고 고소한 향내를 풍긴다.
갓 100일이 지난 둘째는 순해서 수유만 충분히 해주면 어느새 깊은 잠에 스르르 빠지곤 한다. 잠을 못 이루는 몇 안 되는 날에도 안아서 몇 차례 토닥이면 쌔근거리는 숨소리를 내며 잠에 빠져있다. 그래도 나는 아이를 30분은 더 품에 안고 있다. 아이의 하루의 끝이 엄마의 고소한 품으로 기억되길 바라니까. 마침내 아기 침대에 누일 때에도 나는 우유 냄새 폴폴 풍기는 통통한 뺨에 뽀뽀를 하고 사랑해 라고 속삭인다.
이 모든 사랑의 의식들이 마무리되고 나서야 내 하루도 제대로 마무리되는 기분이든다.
가끔은 나도 예전처럼 설레고도 싶고 아슬한 긴장감을 느껴보고도 싶다지만, 그 어떤 폭풍같은 감정도 이 진하고 고소한 사랑만큼은 못하리란 걸 잘 알기에 기꺼이 후생에 양보하겠다.
음... 그렇게 재운 아이들 곁에 코를 골며 자는 남편에게 설레면 되잖느냐고? 흠. 그가 약속한 다이어트에 성공한다면 가능할지도? 뭐, 성공 못하더라도 상관없다. 새로운 사랑에 눈뜨게 해 준 일등공신인걸 뭐.
Ps. 웬일인지 갑자기 쓰고 싶었던 아이들에 대한 사랑 고백. 브런치에 쓰려고 했던 글을 다 쓰고 나니 어느새 속은 후련해지고 그 후련해진 속을 헤집어보니 남아있는 것은 모두 사랑이었다는 말을 누군가에게 전하고 싶었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