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시골살이 야망은 오래된 것이다. 그는 종종 시골에 집을 지어 아이들은 정원에서 뛰어놀게 하고 싶다고 말했다. 내가 "그럼 돈은 누가 어떻게 벌어?"라고 말하면 "다 방법이 있겠지. 욕심만 버리면 괜찮아"라는 태연한 말로 나를 경악하게 만들었다.
그러나 기묘하게 파괴된 2020년의 봄, 나는 남편의 느긋함보다 더 놀랄 일들을 자주 마주하고 살았다. 우리 아이들은 영문도 모른 채 집안에만 갇혀 있었고 놀이터라도 갈라치면 마스크 벗으면 안 된다며 신신당부하는 무서운 표정의 엄마를 마주해야 했다. 기껏 나와 뛰어노는 아이들의 앞을 엄마는 종종걸음 치며 소독제를 뿌리고 눈을 감으라고 말하기도 한다. 이런 황당무계한 일이.
혐오의 세계, 격리의 세계를 나는 얼른 빠져나가고 싶었다. 남편은 그런 나를 면밀히 관찰하다 적절한 시점에 미끼를 던졌던 것이다.
남편은 변덕스러운 아내 마음이 바뀔새랴 서둘러 에어비앤비를 찾아내 예약하고 나는 아이들의 짐을 싸느라 분주했다. 우리의 또 다른 계획은 최대한 사람과 접촉하지 않는 것이었던 터라, 집 근교 대형마트에 마스크를 끼고 사람이 제일 적은 시간을 공략해 장을 봤다. 고기를 제외한 일주일 치 식량과 간식을 모두 보유한 다음 날 우리는 떠났다. 서울에서 차로 2시간 반 거리의 강원도 횡성. 횡성호가 집 앞에서 바로 보인다는 집으로.
결정하고 불과 이틀 뒤였다. 차에는 남편의 업무용 데스크톱부터 작은 아이의 보행기까지 꾸역꾸역 들어가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