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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배 Feb 19. 2022

그래서 나는 어떻게 살고 싶은 걸까?

회사를 그만두겠다 마음은 먹었지만 불안은 더 커졌다. 어쩌면 대학 졸업 전, 취업 준비생이던 그 시절보다 더욱 절실한 마음이었을지도 모르겠다. 20대 때는 그래도 '에잇 될 대로 되라지 뭐'란 생각도 있었는데, 이제는 내게 딸린 어린 생명이 있어 책임감의 굴레가 더 커졌다.


하지만 한편으로는 나는 나의 존엄을 지키고 싶었다. 누구보다 소중한 나의 아이 앞에 떳떳해지고 싶었다. 아이가 태어나고 처음으로 눈 맞춤을 했을 때 벅차오르던 심정을 죽는 순간까지 잊지 못할 것이다. 아이는 어쩐 일인지 나를 우주처럼 바라보았고 자라는 동안 내가 그를 사랑하는 것보다 더 순수하게 나를 아껴주었다.

 

부모로부터 받는 사랑과는 또 다른 차원의 사랑이 열렸고, 그 사랑으로 인해 나는 내 자신을 귀하게 여기고 싶어졌다.


누군가들로부터 하찮은 존재 취급받는 것을 더 이상 견디고 싶지 않았다. 그런 삶을 살다 집에 돌아와 아이의 얼굴을 마주할 때 행복한 부모가 될 자신이 없었다.


책임을 다 하는 것과 존엄을 지키는 것, 꼭 상충될 것만은 아니리. 그래. 내겐 10여 년의 직장생활을 굳건히 견뎌낸 저력이 있다. 차근차근 회사 바깥에서의 삶을 준비해보자 마음먹었다.  


단 한 번도 창업을 꿈꿔본 적도 없었고, 월급 받는 삶에 그러니까 열심히 근로하고 고용주로부터 인정받는 삶에만 익숙했던 내게 퇴사 이후의 삶은 낯선 미지의 세계였다. 브랜딩, 마케팅 서적을 열심히 들여다보면 책을 읽는 동안은 나도 쉽게 무언가를 해낼 수 있을 것 같았지만 책을 덮고 나면 다시 미궁에 빠지길 반복했다. 머리가 복잡한 날엔 요가 수련을 하고 명상을 했다. 무엇을 해도 불안해 잠 못 이룰 땐 다이어리를 펴고 무엇이든 적어내려 갔다.


돌이켜보면 나는 안간힘을 쓴 것이다. 잠자는 순간 외에는 무엇을 하지 않는 순간이 없었을 정도로 내 나름의 굴레 안에서 한동안 버둥거리며 애썼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그래서 내가 원하는 삶은 무엇인가?'라는 질문과 마주하게 됐다. 이 회사가 싫어 저 회사로 이직하고, 다시 이 회사의 연봉이 내 능력에 미치지 않는 것 같아 다른 회사와 협상하던 그 순간들에는 결코 하지 않았던 근원적 질문이었다.


쭉쭉 써 내려간 내가 꿈꾸는 삶은,


더 이상 일에만 매몰되고 싶지 않다.
한 번 지독하게 배신을 겪어봤으니 다시는 회사에 충성하고 싶지 않다.
자유롭지만 경제적 여유는 있어 이런저런 선택들의 중심에 내 자신이 있었으면 한다.
삶에서 진짜 중요한 가치들을 지켜나가며 살아가고 싶다.



는 내용들이었다.


신기하게도 목표를 써 내려가니 이를 위해 지금 해야 할 것들이 정리가 됐다. 그중 가장 중요하고 시급한 문제는 바로 회사를 다니지 않고도 경제력을 갖추는 것이었다. 물론 그전부터 주구장창 '퇴사 후에 뭐 먹고살지?'라는 고민을 하지 않은 순간이 없었지만, 목표를 가다듬은 후에는 단순히 흩날리는 고민이 아니라 확고하게 이뤄야만 하는 미션이 되었다.


답 없이 버둥거리기만 하던 시절과 비하면 목표를 향해 달려가는 것은 오히려 신이 나기까지 했다. 이제 나는 다시 내가 할 수 있는 것들, 해보고 싶은 것들을 탐색하며 남은 회사 생활을 마무리할 것이다. 과연 나의 새로운 커리어는 어떤 모습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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