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신 마저 시작부터 테스트
결혼을 하자마자 임신을 해버렸다. 말 그대로 덜컥. 허니문 베이비였다.
결혼 전부터 임신을 따로 계획하지 않고 자연의 순리대로 아이를 가지고 싶다고 말했었다. 아이를 미루다 원할 때 가지지 못하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건너건너 들었던 탓도 있고 얼른 아이를 낳아야 결혼만큼의 무게감으로 날 짓누른 인생의 숙제에서 해방될 수 있을 것 같았기 때문이다.
(그러고보니 나는 아이를 갖고 싶지 않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안했던 것 같다. 하지만 아이는 단 하나만 갖자는 생각은 늘 확고했었다)
그러던 차 허니문 베이비가 초보 부부의 품에 안겼다. 내심 기다렸던 아기였음에도, 처음 임신 테스트기를 해보고 들었던 생각은 걱정 바로 전주에 위내시경을 포함해 직장에서 해주는 건강검진을 받았기 때문이다 (그날 아침 혹시나 하는 마음에 해본 테스트기에서는 음성이 나왔었다).
생리도 늦고, 몸 컨디션도 안좋아 혹시나 하는 마음에 아침에 일어나자마자 테스트기를 사용했는데, 두 줄이었다. 아직 침대 속에 있는 남편에게 멋없게 '나 임신했어'라고 말했는데, 남편은 그 말을 믿지 않았다. ('뻥치시네'라고 대답했던 걸로...기억한다...-_-) 그렇게 임신 사실을 믿지도 못하던 남편을 끌고 부랴부랴 근처 산부인과로 갔다.
규모가 좀 있던 병원은 의사를 만나지도 않은 내게 산모수첩을 쥐어주고 '임신 4주 이틀'이라고 이야기 해줬다. 예약을 하지 않았기 때문에 두어시간은 기다려야 한다는 말을 듣고 다음주로 예약을 잡고 집으로 왔다.
불안해하는 나에게 병원은 오후 쯤 다시 전화를 걸어 "너무 초기라 건강검진은 아이에게 큰 영향을 끼치지 못했을 거다"라며 안심시켰다. 왠지 큰 위안이 됐다.
그리고 그 다음주인 5주차에 병원을 다시 찾아 첫 초음파를 보고 9주차에는 가슴 뭉클한 아이의 첫 움직임을 볼 수 있었다.
지금 19주차에 이르기까지 아이는 모든 테스트에 정상이라는 우수한 성적표를 안겨줬고 입덧으로 엄마를 괴롭히지도 않은 채 평온하게 태동을 하고 있다.
모든 것이 너무나 감사하고 축복같은 일이다.
그런데 아이를 만나기 까지 (병원의) 테스트를 통과하는 과정에서 조마조마해 하다보니
그 기쁨을 온전히 누리기보다는 무언가 숙제하는 듯한 마음으로 아이를 대하는 자신이 느껴졌다.
매주차에 시행하는 테스트를 앞두고 긴장하고 통과하면(?) 기뻐하는 모습이 내가 임신을 대하는 자세였던 것이다.
어느 날 문득, 이 글을 쓰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은 나는 그 미시적인 테스트 통과에 너무 연연할 것이 아니라 내가 엄마가 되어야 하는 준비를 해야하는 것 아닐까 싶었다.
엄마가 된다는 것, 아직은 볼록 튀어나온 배를 쓰다듬는 느낌이 익숙하기보다 낯설다. 체중계 위에 올랐을 때 숫자가 플러스 될 때마다 아이를 낳고도 살이 빠지지 않으면 어쩌지 하는 두려움도 크다. 온갖 출산 후기를 읽으면서도 그게 아직은 내 일이 아니라는 낯섦도 느껴진다.
어쩌면 마음의 여유가 필요한 시기인가보다. 그냥 내 속의 아이와 나, 두 사람의 시간에 빠져 있을 여유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