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이의 본격적인 사회화를 바라보고 기록하다
회사를 관두고 3개월을 쉬면서 아이와 함께 온종일 시간을 보냈다. 그 중 보름 넘게는 온 가족이 미국 여행을 다녀오기도 했다. 아이로서는 14개월 어린 나이에 장거리 비행을 하는 것이 무리일 수도 있고 시차적응도 힘들 수 있을 것 같아 걱정은 됐지만, 또 한 편으로는 온 가족이 시간을 다 맞춰 긴 여행을 갈 수 있는 기회가 잘 오지 않을 것 같아 과감히 결정을 내렸다.
그렇게 퇴사 이후 3달을 아이와 특별한 추억을 만드는데 나름대로 성공했다고 생각한다. 출산휴가 3개월 이후 바로 복직했기에 아이는 엄마 보다는 할머니가 더 익숙했었는데, 처음으로 엄마와 온종일 시간을 보내면서 엄마에 대한 애착도 커지는 것이 점점 눈에 보였다.
하지만 초보 엄마인 나는 가끔 실수도 저질렀다. 아이가 너무 힘들게 하는 날엔 아이에게 짜증도 냈다. 아이는 엄마가 감정적으로 힘들어하자 덩달아 더 힘들어했다. 그 감정이 지나고나면 아이에게 한 없이 미안해진다. 그래서 한 사람이 육아 전반을 전담하는 것은 아이에게 좋은 영향을 줄 수 없을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 3개월이 지나고 새 직장에 출근하기로 한 날이 차츰 다가올 무렵, 어린이집 이야기가 나왔다. 두 돌 이전에는 아이가 의사 표현을 잘 하지 못하니 두 돌 이후가 가장 적기라는 이야기를 들었었기에 조금 망설여졌지만, 점점 활동량이 많아지는 아이가 온 종일 집안에만 있는 것이 더 힘들 것 같았다.
집 근처 민간 어린이집에 아이를 보내기로 한 날. 가슴이 찡했다. 어린이집에서는 아이 몸의 두 배나 될 법한 체육복과 아이 몸집만한 가방을 주었는데, 앞으로 이 가방을 메고 자신의 삶을 시작할 아이가 한없이 안쓰러웠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그 또한 아이가 감당해야 할 무게라며 애써 안쓰러운 생각을 억눌렀다.
아이는 엄마와 할머니와 함께 어린이집에서 시간을 보내는 초반에 아무런 문제가 없었지만, 엄마 할머니가 가끔 모습을 숨기고 있으면 혼자 놀다가도 두리번 두리번 거리며 찾았다. 그러다 숨어있던 엄마와 눈이 마주치면 생긋 웃으며 뛰어왔다.
그렇게 일주일을 보내고 마침내 아이 혼자 2시간을 보내는 날이 다가왔다. 이 때 나는 이미 출근을 했던터라 아침에 어린이집을 데려다 주는 것은 할머니가 해주셨다. 아마 엄마가 했더라면 들어가지 않겠다는 아이를 들여보내고 눈물이라도 흘렸을지 모르겠다.
할머니한테 전해들으니, 당연히 할머니와 함께 가는 것이라 생각한 아이는 선생님 품에 안겨 할머니가 '바바이' 라고 인사하자 어리둥절한 표정이었다고 한다. 울지는 않았지만, 할머니가 가고 나서는 울었을 것이다. 그래도 비교적 적응을 잘 했다고 한다.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다 같이 사는 대가족의 영향 탓인지 아이의 어린이집 적응은 정말이지 순조로웠다. 아이는 일주일 정도는 들어가지 않겠다고 버티고 울기도 했지만, 막상 들어가서는 잘 놀고 잘 먹으며 잘 지냈다고 한다.
처음으로 점심 이후 낮잠까지 자고 오는 기간에도 집에서는 한참을 뒤척이다 자던 아이가 단숨에 잠들었다고도 한다. 아이는 그렇게 가족과 떨어진 자신만의 삶을 살아나가고 있었다.
그 시절 많은 주변의 아이 엄마들이 내게 일찍 어린이집을 보냈는데 괜찮았냐고 물어보았다. 그렇게 물어보는 아이 엄마들은 전부 어린이집 적응에 실패한 엄마들이었다. 대부분은 심하게 울어 결국 엄마가 포기하고 아이를 데려왔고, 그 이후 아이에게도 트라우마가 생겨 낯선 공간에 거부감을 드러내기도 했다고 전해 들었다. 그런 말을 들어보면 참 육아라는 것은 케이스바이케이스라, 아이의 기질과 주변의 환경 같은 여러 변수들로 이뤄진 것 같다.
우리 아이의 경우 정말이지 성공적으로 어린이집을 적응했지만 대다수는 그렇지 못하다. 대부분의 경우, 엄마의 독박육아 속에 길러진 아이들이 더더욱 실패의 확률이 높은 것 같았다. 아직 영아의 단계일지라도 아이의 사회성은 주변 환경을 통해 자라나는데, 우리 아이의 경우에는 집 안에서 여러 명이 왔다갔다 하며 아이를 공동육아했기에 낯선 사람에 대한 거부감이 다른 아이에 비해 적었던 것 같다. 그러나 이마저도 나의 추측일 뿐, 확실하진 않으니 육아란 참 어렵다.
그렇지만 우리 아이 역시도 어린이집을 다닌 이후에 없었던 낯가림이 시작되었다. 낯선 사람을 봐도 생글거리던 아이가 어느 순간부터는 낯선 이들에 대해 경계를 하기 시작했다. (이 역시도 추측컨대) 엄마 아빠 없이 어린이집 등에서 낯선 사람들을 지속적으로 만나게 되다보니 나름의 두려움이 생긴 것 아닐까 싶다.
그래도 아이는 어린이집 생활을 즐거워하고 있기도 하다. 요즘 어린이집은 커리큘럼이 좋아서, 만으로는 1세에 불과한데도 체육, 미술, 음악 등의 다양한 수업을 접한다. 체육 시간을 통해 아이는 신체의 움직임을 배우고 미술이나 음악을 통해서도 다양한 자극을 받는다. 그래서인지 말이 빨리 늘었고 운동 신경도 상당히 발달했다. 가정에서는 사실상 불가능한 교육이다.
아이의 사회화를 지켜보는 과정도 부모로서 맞닥뜨리는 굉장한 경이로움이다. 때로는 안쓰럽지만 그 성장의 과정 속에는 시련 또한 있어야 한다고 다독거리는 초보 엄마다.
시련을 맞았을 때 이를 극복할 수 있도록 근육을 단련시키는 것이 부모의 몫이지 시련을 피하게끔 만들고 싶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