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럼에도 불안한 남편의 육아에서도 배울 만한 것이 있었다
엄마 입장에서 아빠의 육아는 불안하다.
엄마 역시도 어설픈 초보엄마이지만, 이 나라의 사회 구조 안에서는 아무래도 엄마가 육아를 접하는 시간이 더 길기에 대부분의 엄마들이 아빠의 육아를 불안해한다.
또 몇몇 엄마들은 아기를 낳고 난 다음 온 세포의 신경이 아기에게 집중되는 증세를 느끼기도 한다. 나는 좀 심하게 느꼈다. 원래 예민하기도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고 나서 나의 예민함은 극을 찔렀다.
일차적 모성 몰두(primary maternal preoccupation)라는 이론으로도 설명된다고 한다. 신생아를 낳고 난 엄마의 온 신경이 아이에게 몰두하게 되는 현상이라고 한다.
여튼, 나는 그 몰두를 기반으로 나와 한 몸이었던 아가를 보살피는 보호자로서 한 걸음씩 쑥쑥 성장해 나가는 것 같은데 그런 내 눈에 남편은 뭔가 불안해 보였다.
그런데 아빠 육아의 중요성을 절감하는 순간들이 나의 이 일차적 모성 몰두의 기간이 지나면서 찾아왔다.
아이가 아플 때 엄마인 나는 완전히 멘탈붕괴의 상태가 된다. 최근에 지방에 여행을 갔을 때 일이다. 우리 부부는 아이를 일찍 재우고 맥주 한 잔 하며 이런 저런 이야기를 하다가 잠들었다. 아이가 자다가 몇 번 칭얼거렸는데 술 기운에 잠든 나는 '응응, 엄마 여깄어. 괜찮아. 코자'라며 아이를 지켜보지도 않고 다시 잠들었다. 얼마나 시간이 흘렀는지도 모른 채 잠들었는데, 그 후 아이가 끙끙 거리는 소리가 들렸다.
혹시나 싶어 아이의 몸을 만져봤더니 불덩이다. 가져온 체온계로 체온을 재보니 38도를 넘어 거의 39도에 가까운 고열이었다. 나는 제정신이 아니었다. 아이를 제대로 돌보지 못했다는 죄책감에 더해 응급실이 어디있는지도 모르는 지방에서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 허둥됐다. 남편을 황급히 깨웠다.
남편은 잠에서 깨자마자 서둘러 아이 옷을 벗기고 서럽게 우는 아이의 몸에 미지근한 수건을 갖다댔다. 아이는 싫다고 더 난리였는데 남편은 아랑곳 않고 아이의 몸 곳곳을 닦아냈다. "괜찮아. 아가. 아빠야. 이렇게 해야 열이 내려." 그 과정에서 아이를 자신의 가슴 팍에 안고 제법 아기를 토닥거려 안정시키기도 했다.
집에서 가져온 해열시트 조차 아이가 기겁을 하니 제대로 붙이지 못하는 나는 남편의 그 모습에 감탄했다.
차분하게 제 할 일을 하는 남편식의 육아가 나를 안정시켜줬다.
물론 모든 남편이 이런 식의 육아를 하는 것도 아니고, 모든 아내가 나처럼 돌발상황에 안절부절 하는 것은 아니지만 서로 다른 성향의 두 사람이 육아에서 오는 여러 상황들에 저마다 방식으로 대응하며 성장해나간다는 것을 그때 나는 느꼈다.
남편의 육아에서 배우는 것이 또 있다. 남편은 주말이면 아이와 함께 공원으로 간다. 자전거 하나 들고 나가서 아이와 몇 시간을 놀다가 들어온다.
반면, 나는 밖에 나가는 것이 번거로웠다. 이것저것 챙겨야 할 것도 많고 혹시나 아이가 밖에서 기저귀에 응가라도 하면 치우는 것이 쉽지 않을 것이고 무엇보다 밖에 나가서 아이가 다치기라도 할까봐 집에서 노는 편을 선택했다.
그런데 막상 남편 따라 아이와 공원에 나가보면 아이는 내 걱정과 달리 위험하게 막 뛰어다니다 다치지도 않고 풀과 개미, 꽃을 보며 신기해 하고 행복해 했다. 그 뒤로는 나도 일찍 퇴근하면 아이와 집 근처 공원이나 놀이터에서 한시간 가량 놀다가 집에 들어가곤 한다. 아이와 함께 개미에 대해 이야기를 하고, 꽃을 만져보고, 지나가는 강아지와 인사하는 것의 행복을 나도 알게 된 것이다.
아무리 사이가 좋은 부부라도 아이가 생기면 싸우게 된다. 우리도 그랬다. 연애하면서 또 결혼하고 나서 싸울 일이 없었다. 우리는 정말 잘 맞는 한 쌍이라는 착각(?)도 했다. 자주 싸우는 커플들을 비웃기도 했다.
그런데 아이가 태어나고 보니 부딪힐 일이 생겼다. 출산휴가 시절 남편이 회사에서 돌아오면 나는 육아에서 벗어나 좀 쉬고 싶었다. 반면, 남편은 회사를 마치고 와서 씻을 겨를도 없이 익숙하지도 않은 육아를 할라치니 어설프고 또 아내는 옆에서 자꾸만 잔소리를 해대니 욱 한다.
내가 아는 어떤 부부는, 남편은 토요일과 일요일 하루씩 전담 육아를 하며 교대로 쉬면서 자신만의 시간을 갖자고 하지만, 아내 입장에서는 토일 둘다 가족 모두 함께 하는 시간을 가졌으면 하는 입장이라 주말마다 갈등이 생긴다고 한다.
육아를 대하는 남편과 아내의 태도가 서로 다를 수밖에 없다. 처음 하는 거라 서로가 사전에 그 태도를 알 리도 없다. 스스로도 알지 못한다. 그러니 그 싸움은 지극히 정상적이다.
그 갈등을 잘 조율해 맞춰나가는 것이 공동 육아의 시작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