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가 만들어준 나의 새 얼굴
언젠가부터 나는 화장, 메이크업을 잘 하지 않는다. 기껏해야 선크림 바르고 립스틱 바르는 정도다. 사무실에 출근하는 평일에도 마찬가지다. 좀 신경 쓴 날이라고 해봐야 마스카라를 추가한다.
20대 초중반에는 상상도 못 할 일이다. 그 시절 나는 집 앞 편의점을 나가도 풀메이크업을 해야 했다. 늘 진한 아이라인을 그리는데 시간을 할애했고, 하늘 아래 같은 색상은 없다며 색조 제품을 사모아 눈두덩에도 볼에도 턱에도 부지런히 블렌딩을 했다. 얼굴은 더 작고 눈은 더 크고 코는 오똑 솟았으면 하고 바랐던 그 시절의 나는 지금보다 배는 싱그럽고 예뻤을 텐데 말이다.
그런 나는 언제부터 변했을까.
돌이켜보니 분기점은 역시나 운동이다. 일상에서는 결코 입을 수 없을 것 같은 착 달라붙는 요가 팬츠가 신경이 쓰였던 첫날에도 나는 달라진 내 얼굴을 발견해냈다. 요가 수련 전과 요가 수련을 마친 이후 내 얼굴의 차이.
나를 스쳐 지나간 수 명의 요가 선생님들 중 한 분은 자신이 요가 강사를 하는 이유가 바로 수업을 듣고 난 다음 사람들의 표정이 달라지는 것을 보는 즐거움 때문이라고도 했다.
거울 속 내 얼굴은 정말 예뻐져 있었다. 아니, 예뻐졌다라기 보다는 맑아졌다는 표현이 더 맞겠다.
파운데이션을 두드려 바르고 화사한 색조를 덧칠해도 나이가 들수록 어딘지 탁해 보였던 얼굴이었는데 요가 매트에서 땀을 흘려낸 내 얼굴은 형광등을 켠 듯 환하다.
요가 동작 중에는 겨드랑이를 친다거나 할 때, ‘몸속에 쌓인 노폐물을 빼보세요’라는 강사의 설명이 뒤따르는 때가 있다. 내 몸에 쌓인 노폐물이 빠져 나가는 것을 눈으로 확인할 수는 없지만 표정이 밝아지고 안색이 맑아진 것만큼은 눈으로 확인할 수 있는 팩트다.
누군가들이 내게 '어떻게 하면 운동을 꾸준히 할 수 있어요?'라고 물어볼 때, 가장 동기 부여가 되는 것 같았던 말도 ‘얼굴이 예뻐져요’였다. ‘운동하고 난 다음 개운함이 좋아서요’, ‘근력이 생기니까 기운도 생기고 몸도 탄력이 붙어요’ 보다 더 효과적인 반응이 왔던 말. ‘예뻐져요’
나의 이 말을 들었음에도 운동을 시작하지 않은 이들은 내 얼굴에서 설득력을 못 찾았기 때문인 걸까. 하하. 그런데 남들의 말 보다 내 스스로 나를 예쁘다 여기는 것의 힘이 훨씬 더 크다. 20대의 내게도 분명 예쁘다 말해준 이가 있었을테지만, 그 시절 나는 내 자신을 도무지 예뻐하지 않았다. 내 스스로가 만든 코르셋이 하루 종일 나를 조아갔다. 남들이 나를 어떻게 볼까 늘 신경 쓰며 스트레스를 받았다. 나를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편이 내 정신 건강에 더 좋다는 것을 알고 있었음에도 그게 어떻게 가능한 것인지는 알지 못했다.
마침내 내 본연의 모습을 자연스럽게 받아들이고 예뻐하게 된 것은 땀을 흘린 얼굴에 맑은 기운이 도는 것을 본 순간이다. 매트 위에서 온전히 나 자신에게 집중하고 내 몸 구석구석의 사정들을 귀 기울여 들은 한 시간이 지나간 다음의 내 얼굴은 평온한 기온과 생기가 묘하게 뒤섞여 있다.
오늘도 요가를 한 다음 내 얼굴을 지긋이 바라볼테다. 내 눈에 만큼은 어제보다 더 예뻐진 내가 보일 것이다. 코르셋이 사라진 자리를 자존감이 차지한다. 그 자존감은 더 이상 내 얼굴에 불필요한 덧칠을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해주고 있다.
꼭 필요한 것만 놓인 깨끗한 화장대와 깨끗해진 피부. 이 모든 것은 요가가 내게 준 커다란 선물이다.
요가 동영상 : 굽은 등을 펴내면 얼굴도 맑아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