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 어느 날 요가가 더 깊게 다가왔다

괜찮다는 내 스스로를 향한 다독임

by 유이배

그 날은 마음이 너무나 지쳐있었다.


다니던 회사는 자회사로 쪼개지고 다시 본사와 합병되기를 반복하고 있었고, 나는 본사의 계약직이었다가 정규직 대우(차장 대우, 부장 대우도 아니고 그 회사는 정규직 대우라는 것도 있었다)였다 가까스로 정규직이 되었다. 그 당연한 과정에서 생색내는 이들은 또 어찌나 많던지. 대표에게 마카롱을 사가라고 등 떠미는 선배는 또 얼마나 밉던지.


정규직이 된다고 해서 딱히 달라지는 것은 없었지만, 회사는 출산휴가 3개월을 쓰고 복직한 날더러 자회사로 가라고 했다. 그나마 연봉 등 처우를 올려줘 위안은 됐으나, 그 자회사마저 또 다른 자회사와 합병을 한다는 명목 아래 1년 새 몇 번의 조직개편을 거쳤는지 모르겠다.


내가 겪은 마지막 조직개편에서 사달이 났다. 매번 조직개편을 할 때마다 느낀 것은 수명이 참 짧은 조직개편임에도 불구하고 그 와중에 또 권력을 잡겠다고 싸우는 사람들이 있었다는 점이다. 매번 새롭게 등판하는 그들이 한없이 어리석어 보였는데, 마지막 조직개편의 주자는 나를 공격해댔다.


그날도 그가 나를 너무 힘들게 한 날이었다. 내 얼굴은 그늘이 생겼다. 거울 속 나는 짜증만 가득한 표정을 하고 있었다.



회사를 끝내고 요가센터에 갔다. 수업은 마침 힐링 요가였다. 힐링 요가 선생님은 계속해서 말을 거는 분이었다. 처음에는 낯설기도 했지만, 그날은 그분의 한 마디가 참 따듯하게 느껴졌다.


"오늘 당신의 마음, 괜찮은가요?"


그 질문에 나는 울컥 터졌다. 눈물이 뺨에 흘러내렸다. 전혀 괜찮지 않은 내 마음을 누구보다 내가 잘 알고 있었지만, 나는 혹여나 터질까 봐 가까스로 붙잡아 꾹 눌러대고 있던 참이었다.


마음을 가다듬고, 동작에 몸을 맡겼다. 힐링 수업이라 동작의 강도는 차츰차츰 천천히 강해졌다. 그 흐름에 몸을 맡기니 요가 매트 바깥의 일들이 잠깐이나마 잊혀졌다.


내가 요가를 더 깊게 배우고 싶다고 생각하게 된 것은 요가에서 일어나는 이런 순간들 때문이다.


누군가가 지독하게 싫고, 내 마음 같지 않은 자들이 원망스럽고, 순조롭게 흘러가지 못하는 모든 세상사들 속에서도 잠시 벗어날 수 있는 순간들.


결국 회사를 그만둘 수 있었던 것도, 그래서 내 주변을 더 좋은 사람으로 채울 수 있었던 것도, 나를 아껴주는 이들에 더 집중하게 된 것도, 요가에서 오는 이 잠깐의 순간들이 나를 정신 차리게 해주었기 때문이라고 나는 믿는다.


수련을 모두 끝낸 후, 사바사나 자세로 등을 대고 누웠을 때 요가 매트 위에 놓인 내 몸만큼이나 내 마음도 가라앉아 있는 것을 느낀다. 요가는 아무래도 내가 스스로에게 보내는 '괜찮다. 괜찮다. 괜찮다'는 다독임 같다.


요가 동영상 : 깊은 전굴에 한번 도전해보세요 스스로를 다독거려보면서 무리하지 않게 가능한 범위 안에서 그냥 딱 한발자국만 더 나가보는 거예요

https://www.youtube.com/watch?v=vZ01UIEORiI&t=2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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