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 엄마인 내가 오지라퍼가 되는 이유

엄마 이전의 삶은 전생이었나

by 유이배

아이를 낳고 나서 가장 반가운 소식 중 하나는 내 친구들의 출산이다. 주변 친구들이 하나 둘 임신했다고 하면, 챙겨주고 싶은 마음만큼은 친정엄마 수준이다.


그리 가까운 친구도 아닌데 아이를 낳았다는 SNS 업데이트에 구태여 찾아가 축하의 댓글을 적고 진심을 담은 하트까지 꾹 누른다. SNS 사진 속 '남의' 아이의 성장에 부지런히 반응을 보이는 요즘의 나. 인생 최고의 오지랖이 등판하는 순간이다.


그러고 보면 내가 아이를 낳은 순간에도 기대 이상으로 기뻐하는 친구들이 있었다. 내 아이의 사진에 마치 가족처럼 반응하며 들떠하던 친구들. 가장 친한 친구, 가장 가까운 친구들이 아닌 아이 엄마가 돼버린 친구들이었다.

때로는 하나 둘 결혼하는 친구들이 어서 빨리 육아의 대열에 합류해줬으면 하는 마음도 생긴다. 가까운 친구들에게는 '그냥 빨리 아이 낳아서 같이 기르자'라는 말도 하곤 한다. 가족계획이란 인생을 좌지우지하는 중차대한 것일진대, 그 인생에 구태여 관여하려는 요상한 마음의 정체는 과연 무엇일까.


마음을 한참 들여다보니 그것은 결국 이해받고 싶은 마음이었다. 엄마가 된 나는 엄마가 되기 이전의 나와 너무나 달라져 있었는데, 그 변화가 내 스스로도 낯설다. 타인의 이해를 구하기 전 내 자신조차 달라진 나를 이해할 수 없을 때가 많다.


일단 나는 너무 예민해졌다. 거리를 걸을 때도, 여행을 갈 때도, 집에 있는 순간마저도 아이와 함께면 촉각을 곤두세우게 된다.

최근에는 남편이 아이와 함께 첫 캠핑을 가자고 했다. 우리 부부는 결혼 전 무인도 캠핑까지 즐길 정도였는데 아이를 낳고 나서는 1박 2일의 캠핑은 한 번도 가지 못했다. 아이를 키워 함께 캠핑 가는 것은 우리 부부의 로망이기도 했다.


그런데 막상 가기로 결정하고 나서는 일주일을 고민했다.

'아직 많이 어린데, 무리는 아닐까?', '새벽에 열이라도 나면 어떡하지','잔디에 진드기도 위험할 텐데 어쩌지',


남편은 '재미있게 지내다 올 수 있어. 아기가 얼마나 좋아할지를 먼저 생각해봐'라고 걱정하는 나를 안심시키려 했지만 가기 전날까지만 해도 밤잠 못 이루며 안절부절못했다.

막상, 캠핑에 가서는 아이가 너무나도 좋아하는 모습에 마음을 놓았다. 서울에서는 보기 힘든 나비가 날아다니는 모습에 처음으로 엄마에게 '나비'라는 단어를 들려주기도 했다. 햇볕에 검게 그을리는 줄도 모르고 캠핑장을 누비며 이곳저곳을 관찰했다.


그제야 나는 어제까지의 예민한 나를 놓을 수 있었다.


아이 엄마가 된 후 자리 잡은 이상한 마음에는 이중성도 포함돼 있다. 아이는 나의 온 우주가 되어서 내내 내 머릿속을 지배할 것처럼 생각되다가도, 어느 순간은 육아의 모든 것에서 벗어나 쉬고 싶을 때도 있는 이 마음.


아이가 50일이 됐을 무렵의 일이다. 처음으로 아이를 떼놓고 외출을 했다. 출산 후 처음으로 대학 동기들과 만나는 자리에 가기 위해서다. 내겐 출산 이후 첫 카페, 출산 이후 첫 여유였다. (출산 이후에는 가장 가고 싶은 곳이 카페라고 말하는 사람들이 은근히 많다)


그런데 마음이 이상했다. 내 마음이 거기 없었다.

'아이가 울지는 않을까. 엄마를 찾지는 않을까. 나보다 더 서툰 아빠가 아이를 힘들게 하진 않을까.'


마음 한 켠이 자꾸만 아이를 신경 쓰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 불안감과 그리움이 뒤섞인 감정이 이제 더 이상 내 인생이 온전한 나만의 것이 아님을 인식하게 해줬다.


그날 밤 남편에게 '아마 앞으로는 친구들 만나러 나가기가 힘들 것 같아. 아기가 보고 싶어 죽는 줄 알았잖아'라고 말했다. 그리고 그렇게 말한 내 입을 불과 일주일도 안되어 때리고 싶어졌다.


하루 종일 신경을 곤두세우고 있어야 하는 육아에서 잠시 벗어나 카페에 혼자 앉아 커피를 홀짝이며 책도 보고 세상도 보고 싶은 마음이 2-3일도 안 되어 들었기 때문이다.


이런 일관성 없는 이상한 마음들이 엄마라는 이름으로 내 마음에 비집고 들어서는 순간들. 그 순간을 누군가 함께 공감해주길 바라는 마음에 나는 그렇게도 다른 이의 출산을 내 일처럼 기뻐했었나 보다. 그러고보면 딱히 어떤 대화를 나누지 않아도 아이 엄마라는 이유만으로 생기는 일종의 연대감 같은 것도 있다. 그 감정의 밑바닥 역시 누군가 날 바라봐주길, 이해해주길, 너무 달라져버린 내게 그것이 당연한 변화라고 쓰다듬어주길 바라는 마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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