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 출산율은 대체 왜 떨어질까요?

by 유이배


출산율은 왜 자꾸 떨어질까요?



얼마 전 출산율과 관련된 기획 기사를 준비하던 차, 출산율에 대해 오랜 기간 분석을 해 온 한 연구단체의 연구원 분께 질문했다.


그 연구원 분이 질문을 받자마자 와르르 웃으신다. "그렇게 어려운 질문을 주시다뇨!"라면서.


기자이지만, 엄마이기도 한 나는 출산과 육아 예찬론자이다. 내가 쓰는 육아 에세이 주제의 대부분이 육아에서 오는 더 없는 기쁨과 행복이다. 그리고 나는 정말로 아이로 인해 더없이 행복해졌다.

여의도성모병원 제공02.jpg

하지만 이런 말을 하는 것은 조심스럽다. 출산과 육아가 모두에게 행복과 기쁨만은 아니라는 것을 너무나 잘 알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육아의 행복한 단면들을 확대하여 쓰는 이유는 요즘 매스컴들이 육아의 고충에만 집중하여 이야기 하기에 경험해보지 못한 많은 이들이 심리적으로 '육아는 힘든 것'이라고 단언하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육아는 행복한 일이고 그 행복함은 그 어떤 경험과도 비교할 수 없는 거대한 행복이지만, 행복한 육아를 만들기 위한 전제 조건도 필요하다. 안정적인 보육 환경과 희망을 갖고 살 수 있을 정도의 경제적 여유가 그것이다.


나 역시 건강하게 출산하고 일을 하면서도 아이를 키울 수 있고 하루 중 내 아이와 살을 부대끼며 행복해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었던 것은 전적으로 이를 가능하게 해 준 주변의 도움 때문이다.


당장 내 주변만 하더라도 나와 비슷한 조건, 즉 조부모님이 아이 육아를 적극적으로 도와주실 수 있는 환경이 아니고서는 아이를 낳고 기를 엄두를 대부분은 내지 못한다. 결혼하고 몇 년이 지나도록 아이가 없는 친구들에게 나는 조심스레 물어본 적이 있다. 친구들의 답과 사정은 저마다 다르고, 친구가 들려주는 답도 시기마다 다르지만 결론은 그래도 하나다.

"낳은 뒤의 삶이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이란 보장이 없다"라는 것.


후배 A의 경우는 시댁과 친정 부모님 모두 은퇴 전이시다. 아이가 태어났다고 해도 안심하고 맡길 곳이 없다. 후배가 출산휴가 3개월에 육아휴직 1년을 쓰며 1년 여의 육아를 도맡아 해야 하는데, 회사에서 육아휴직 쓰는 것에 아무런 허들이 없다고 해도 줄어든 수입이 부담으로 다가온다고 한다. 결혼 당시에 대출을 받아 집을 마련했기에, 당장 한 사람의 수입이 줄어드는 데다 아이 양육의 부담까지 생긴 상황이 경제적으로 부담스럽다.

결국 후배 A가 아이를 낳지 못하는 이유는 보육의 문제와 함께 부동산과 육아휴직 제도의 문제까지도 얽힌다.

친구 B의 경우는 결혼 초반에는 아이를 낳을 생각이 별로 안 들었다고 한다. 교사 부부인 이들은 방학마다 여행을 가는 삶이 만족스러운데, 아이가 생기면 제약이 생기기에 당장은 계획이 없다고 말했었다. 그러나 결혼한 지 5년이 넘어간 지금은 슬며시 아이를 낳아야 하지 않을까라는 생각이 든다고 한다.


하지만 아이가 태어나면 친구가 독박 육아를 해야만 하는 상황이다. 친정과 시댁 모두 멀리 떨어진 지역이라 도움을 받기란 힘들다. 육아휴직이 잘 되어있는 직종에 있지만, 이 때문에 독박 육아를 하기에도 참 좋은 직종이기도 하단다. 그러니 선뜻 마음이 먹어지지 않는다고 말한다.


이 친구가 아이를 낳지 않는 이유는 성 불평등한 직장 내 육아제도의 문제와 얽혀있다. 여전히 남성이 육아휴직을 쓰는 것은 금기시된 조직들이 많고, 여성 개인에게만 육아의 부담이 많이 주어진 것이 현실이다. 그러니 내 개인의 희생을 치를 각오를 하고 출산과 육아에 임해야 하는 것이 대부분의 여자들의 현실이다. 출산하는 과정에 몸도 많이 안 좋아지는데, 육아의 부담까지 가중된 처지라니.


육아휴직을 눈치 보지 않고 쓸 수 있고 휴직 이후에도 경력단절의 위기감이 없는 교사나 공무원인 친구들은 바로 이 점 때문에 자신이 결혼 시장에서 높게 평가되는 것에 반발 심리를 가지고 있기도 하다. 교사로서의 사명감, 직업의식, 이루고자 하는 목표에 대한 이야기는 단절되어 있고 오로지 가정에서 그녀는 애 키우기 좋은 엄마로만 평가되기 때문이란다.


그러고 보니 단 한 번도 '우리 직장은 애 키우면서 다니기 참 좋아'라고 말하는 남자를 본 적이 없다. 아이는 아빠와 엄마가 같이 양육하는 것인데도 불구하고 아빠의 직장에서 육아 이야기는 완전히 논의 대상이다. 여전히.


친구 C는 남자다. 결혼 초반이긴 하지만 C는 적어도 향후 3년 동안은 아이 계획이 없다. 그 이후 언젠가는 낳아야겠지만, 미루고 싶은 과제처럼 느껴진다고 한다. 와이프는 결혼 초반부터 아이를 낳고 싶다고 말하는데, C에게는 그런 와이프의 바람도 부담이 된다.


결혼을 한 주변을 둘러봐도 제약이 많이 생기는 것이 눈에 보이기 때문이란다. 결혼 초반에는 여행도 다니고 즐기면서 돈도 어느 정도 모아 얼른 전세를 탈출해 내 집 마련도 해야 할 가장으로서의 부담이 막중하단다. 그런데 아이가 생기면 양육비의 부담 탓에 내 집 마련은 멀어진다. 사실 와이프가 육아휴직을 쓰는 상황도 부담이다. 수입이 줄어들 테니까.


30대 초반인 그는 이직을 한 탓에 직장에서 아직 자리를 못 잡아 회식도 열심히 참석해야 하고 업무 외에 인간관계도 만들어 놓아야 하는데 지금 당장 아이가 생기면 일주일에 2-3일은 칼퇴를 해서 아내를 도와야 할 텐데, 이런 상황들이 여러모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놓는다.


C의 경우에도 부동산, 육아휴직 제도, 양육의 부담 등과 더불어, 업무가 아닌 회식 자리에서의 관계로 평가되는 조직 사회 등, 여러 문제가 복합적으로 얽혀있다.


"요즘 젊은 세대들이 이기적이라서 아이를 낳지 않는다"라는 말도 있다. 그렇게 말하는 사람들의 시각에서 보면 B와 C는 이기적인 사람들에 속하기도 하겠다. 하지만 그들이 말하는 "즐길 수 없으니까"라는 말에는 많은 의미들이 포함되어 있다.

댕댕이2.jpg

그저 여행 다니며 살자고 아이를 낳지 않겠다고 말하는 것이 아니다. 당장 아이가 태어나면 여행 정도 포기하는 것이 문제가 아니라 가끔 여행도 다니며 내 집 마련의 희망을 갖고 살 수 있는 삶에서 순식간에 한 달 한 달 생활하는 것에 급급한 삶으로 전락할 수 있다는 위기의식이 느껴지는 것이다.


TV 방송에서 자녀를 셋 씩 낳아 다둥이 엄마 아빠가 된 연예인들이 넓고 호화스러운 집에 살며 여유롭게 아이들을 키우고 여행을 다니는 모습들을 보면서, A나 B나 C는 어떤 생각이 들까.

이들이 아이 하나를 낳기 위해 원하는 건 그런 호화스러운 집도 아이 셋을 데리고 여행을 다니며 돈도 버는 삶 정도도 아닌데 말이다.


그저 아이를 낳고도 지금 수준의 삶을 지킬 수만 있는 것. 내 집 마련의 희망이 여전히 존재하는 삶과 치우친 독박 육아가 아닌 공동육아를 하는 것일진대, 세상은 이들을 이기적이라 부른다.

keyword
매거진의 이전글19. 엄마는 할 수 있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