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가 지도자 과정의 첫날, 카르마 요가에 대해 이야기를 하다 마스터 선생님이 내 눈을 보며 이런 말을 했다.
기자들이 쓴 기사에 누군가는 영향을 받게 되죠. 그 영향도 일종의 카르마입니다
10년 동안 연예부 기자 일을 하면서 그런 생각을 안 하고 산 건 아니었지만, 누군가에게서 명징한 언어로 듣고 나니 훅 다가왔다. 어떤 깨달음이.
나는 내가 열심히 한 만큼 보상을 받지 못한다고 생각했다. 누구보다 열심히 일했는데 산업의 구조가 망가지고 비도덕적인 선배들이 많고(물론 아닌 선배들도 있지만, 그 반대가 훨씬 더 많다는 것은 분명하니) 야망으로 드글거리는 후배들을 보면서 진절머리가 났다. 그런 망가진 업에서 내가 양심에 맞게 일한다고 해도 누가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열심히 성과를 내봐도 오히려 망가뜨리는 사람들이 많다고 느끼던 차에 그만뒀고 그만둔 것을 백번 천 번 잘 했다고 생각해왔다. 그래도 마음 한 구석은 늘 찜찜하고 마치 내가 도망친 것마냥 느껴질 때도 있었다.
나는 내 스스로가 그래도 나름의 사명감을 가지고 일하려고 노력했다고 생각했으니까 그것을 망치려 드는 이들은 하나같이 혐오스러웠다. 내가 누군가를 망치고 망가뜨린다는 생각은 해본 적이 별로 없었다. 그러나 자주 그랬을 것이다. 그래서 내가 그 일 안에서 불행했을지도 모른다. 카르마니까.
카르마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내 몸에서 나타나는 부정적인 요소들이 전부 어쩌면 내 업보 일지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쩌면 내 뇌가 망가졌을지도 모르고, 그 망가진 뇌는 내가 한 때 몸담은 업의 부정한 면과 또 그 면에 동조한 내 자신 때문이라는 생각을 요즘 들어하게 됐다.
그리고 그 극단적인 세계 속에 엉터리들이 많은 이유가 그들도 어쩌면 뇌를 다쳐 그리된 것은 아닐까라는 생각을 해보는 요즘이다. (내가 목격한) 연예계는 정말로 극단적이니까. 철저히 승자만 살아남고 그 승자를 만들어주는 주변부는 교활하거나 사라지거나 둘 중 하나였다.
순수하게 제 할 일을 하며 살아가는 사람들도 간혹 만나지만, 개개인의 순수함은 금세 힘을 잃는다. 그 바로 옆에 순수한 동료들이 떠받쳐주지 않으면 금세 사라지거나 교활해지거나 둘 중 하나다. 그런데 순수한 동료들을 만날 일이 거의 없다.
저들끼리는 순수한 열의로 뭉쳐있는데도 제삼자의 눈에서 보면 어리석어 보일 때도, 실제로 어리석을 때도 많다. 어쩌면 나도 그랬을 것이다.
뇌가 망가진다는 이야기는 굉장히 엄청난 것처럼 들리지만, 사실 가벼운 우울증도, 감정을 컨트롤하지 못하는 것도, 엉뚱하게 감정을 표출하며 공격성을 드러내는 것 모두가 뇌가 망가진 것의 일종이다.
실제 심각하게 뇌가 망가진 사람들이 드러내는 증상에도 우울증, 분노조절장애, 공격성이 있다. 그리고 이런 사람들을 나는 참 많이 만났다. 저 딴에는 감정을 드러내지 않고 세련되게 대처한다고 하지만, 그 눈에 이글거리는 분노와 혐오, 혹은 제 주머니 잇속을 챙겨보려는 속셈들이 보이는 날들이 많았다. 차라리 드러내놓은 이들이 순진무구해 보일 정도로.
세상은 투명해지려고 애를 쓰고 있지만 연예계는 꽤 나중에야 투명해질 수 있는 구조다. 산업 구조가 들여다보면 볼수록 기형적이다. 지금에라도 나와서 참 다행이다 싶었다.
나는 나를 컨트롤하고 싶지만, 지금도 내 마음속에는 제어되지 않는 감정들이 남아있고, 매우 많은 사람들을 꽤 많이 싫어하고 있다. 그리고 그 감정이 정당하다고 생각한다. 언젠가는 다 흘러가겠지 하는 마음으로, 그 감정조차 극복하고 내가 겪은 일들은 다 이유가 있으려니 담담하게 생각할 수 있기를 바랄 뿐이다.
수련이라는 단어가 주는 신성함이 좋다고 했다. 요가와 관련된 이야기들을 듣고, 책을 읽고, 서툴지만 아사나들을 완성시켜나가는 방식으로..... 나는 신성한 수련에 자꾸 나를 노출시키려고 한다. 그러다 보면 나아가겠지. 내가 바라는 방향으로.
카르마에 대해 알면서, 요가 하기 참 잘했다는 생각이 또 한 버 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