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 하누만 아사나가 준 깨달음

by 유이배

나의 하누만아사나는 아직 완성되지 않았다 척추는 좀 더 하늘을 향해, 골반은 좀 더 지면에 가까워야 하니까. 그럼에도 나는 이 미완성 아사나를 통해 무언가를 얻었다


그동안 내게 하누만은 두려움의 존재였다. 가끔 매트에서 런지 자세 이후 하누만으로 이어질 때가 있었다. 간혹 시도해본 하누만은 한 다리만 쭉 뻗어 상체를 내려보내도 햄스트링에 뻐근한 통증이 느껴졌다. 뒷다리는 엄두도 못 냈다.


안돼 못할 거야


그런 생각이 날 짓눌렀다. 한 번도 가능하다고 생각해보지 않은 다리 찢기, 그것이 내 머릿속 하누만이었다.


그러나 지도자 과정을 수강하면서는 더 이상 못한다 버티기만 할 수는 없었다. 피해갈 수 없는 관문.


지난주 내내 하누만에 내 정신이 머물렀다. 해내야 할 텐데 어쩌지. 매트 위에서 내 두 뻣뻣한 다리를 앞으로 뒤로 쭉쭉 찢어낼 수 있을 것이라 상상이 안 갔지만 그럼에도 나는 계속 그것을 이미지화했다.


하루는 휴가로 온전한 시간이 생겨 오전에는 강도 높은 하타 요가로 몸을 풀어내고, 오후에는 힐링으로 근육을 이완시켰다. 그리고 한 번 도전해볼까 싶어 블록을 가져와 시도해보았다


어라, 왜 이만큼 늘어나지?


나조차 어리둥절해졌다 블록이 참 신통하다 느꼈다 그래도 행복했다 불가능한 것이 가능해진 순간의 희열이 왔다


그날 더 욕심이 생겼다 사실 지금까지 나의 정신이 그어놓은 수련의 마지노선이 있었다 하루 한 시간. 물론 직장인, 워킹맘인만큼 하루 한 시간도 보통은 요가에 내어주긴 힘들지만 그래도 살다 보면 하루 두 시간 해볼 날도 있었을 텐데 난 하루 한 시간 수련이 어딘지 부족하다 느끼면서도 더 나아갈 마음은 차마 먹지 못했다

공교롭게도 처음으로 클래스를 두 개 들은 날 나의 하누만이 가능해졌다. 내친김에 저녁 수업까지 욕심을 부렸다.


집에 돌아와 아이 먹을 밥 만들어 후루룩 먹이고 나도 옆에서 대충 주워 먹고, 얼른 목욕물 받아 아이 씻기고 나니 어느덧 수련 시간이다


남편에게 아이를 맡기고 씩씩하게 요가원으로 갔다 스스로 대견스러워하면서.


앗, 그런데?! 내가 그만 시간을 착각하고 말았다. 수련장의 문은 닫혔고 그 안에 놓인 매트들은 이미 각자의 주인들의 아사나를 떠받치고 있었다.


어딘지 억울해진 기분. 짜증도 슬그머니 나오려던 찰나.


수련할 날들은 많잖아. 이제 스스로 나만의 벽을 허물었으니
앞으로는 더 마음껏 수련하면 되지.


마음을 편안한 방향으로 흘려보냈다. 이것도 요가의 힘일까.


몸이 한 뼘 유연해진 만큼 정신도 유연해진 다음 날에도 나는 요가로 하루를 꽉 채웠다 오전엔 플라잉과 골반 테라피, 오후엔 빈야사. 그리고 다시 한번 하누만에 도전했더니 블록 없이도 저만치 나아가 있었다.


두려움의 아사나가 이제는 즐거움으로 바뀌었다 아직 파스치모타나사나도 근육 상태에 따라 천차만별이고 우파비스타코나사나도 방황 중이다 그런데 그보다 더 큰 장벽으로 느껴진 하누만 아사나는 기대 이상의 진전을 빨리 이뤘다


집중하고 머무르고 정신을 유연하게 쓰면 불가능도 가능해질 수 있다는 것. 아직 미완성임에도 한 특별한 아사나가 내게 넌지시 알려주는 진리였다.


유튜브 동영상으로 만나는 요가강사 도전기


https://www.youtube.com/watch?v=8LZ9Mv2cex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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