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3. 내 작은 아기의 사회생활

by 유이배


16개월에 어린이집을 처음 보낸 아기는 어느덧 두 돌을 앞두고 있다. 그리고 최근 나는 8개월 만에 처음으로 어린이집 행사에 참여했다.


가을소풍.


소풍이라는 단어는 지금껏 내게 설레임일 밖이었다. 돗자리 펴고 도시락 까먹으며 바람과 해를 만끽하는 그런.


그러나 학부모가 되고 맞닥뜨리는 소풍은 매우 다르게 다가온다. (파워블로거들처럼 예쁘게 데코 해야 할 것만 같은) 도시락에 대한 부담감, 그리고 다른 학부모들과의 만남에 대한 부담감으로 요약된다.

다행히 아기는 아직 소풍이 무엇인지 잘 모르는 눈치라, 이런 부담감에 대한 죄책감까지는 없어도 될 듯한 상황. 그래도 차라리 지금이 나으려나. 나중에 아이가 자라고 나면 (내가 따라나설 수 없는 아이의) 소풍은 오롯이 ‘걱정’이 될 수도 있겠지 싶었다.


이런저런 생각 속에 아이의 소풍을 처음 만난 초보 엄마인 나는 전날 바지런히 장을 보고 아침 일찍 (무려 출근 일보다 일찍 일어났다!!) 분주하게 도시락을 준비하고 준비물을 챙겼다.


아침에 얼굴 볼 새 없이 나가는 엄마가 집에서 아침을 챙겨주고 일찍 자기 손을 붙잡고 외출에 나서자 괜히 아이는 들떠 보이기도 했다. 그런 엄마가 가는 행선지가 어린이집인 것을 알자 살짝 실망하는 눈치. 그런 아이를 토닥거리며 “오늘은 엄마가 내내 같이 있을 거야”라고 해주었다.


그렇게 아이 손을 잡고 들어선 어린이 집 앞엔 사진 속에서 봤던 익숙한 아가들의 얼굴과 그들의 낯선 부모들이 모여있었다. 역시 어색했지만, 그래도 아기라는 공통분모가 있으니 대화의 소재는 고갈되지 않았다. 물론 그렇다 해도 조심스럽다. '내 아이'가 엄마에겐 가장 예민한 주제이기도 하니 어떤 말을 해야 할지 한참을 곱씹게 되니 말이다.

여전히 던져낼 수 없는 심적 부담감 속에서도 나는 아기가 어린이집이라는 또 다른 공간에서는 어떤 모습일지 내내 궁금했었다. 모든 엄마들의 참여수업의 목적이 여기 있지 않을까. 내 아이의 사회생활을 볼 수 있는 것.


그런데 변수가 있었다. 아이는 엄마의 앞에서는 또 다른 모습을 보였다. 평소 어린이집에서 제법 씩씩하다는 아이가 내내 엄마에게 매달려 있으려 했다.


안아줘.


자꾸만 안겨 있으려는 아이의 모습에 나도 당황했다.

꿀아, 꿀이도 친구들이랑 같이 걸어볼까? 더 재밌을지도 몰라.


달래 보지만 쉽게 통하지 않는다. 아기는 엄마 품을 더 깊게 파고들 뿐이다. 아기에게 엄마와 어린이집이 같은 공간에 있는 상황이 낯선 것 같기도 하고, 나름의 스트레스를 견디며 적응해낸 공간에 엄마가 있으니 더욱 어리광을 부리고 싶어 하는 것 같기도 했다.


무엇이 정답인지 나는 알 수가 없지만, 그래도 시간이 지나니 아기는 선생님에게 달려가 폭삭 안겨 애교도 부리고, 친구들 이름도 부르는 등 적응을 했다.


그래도 손을 잡자는 친구의 말에 "엄마, 아앙"하며 어찌할 바 모르다가도 친구에게 손을 내어주고 친구가 깡총 뛰자 아가도 따라 뛰고, 친구가 하늘을 보며 감탄하자 아가도 함께 반응하는 모습만큼은 지켜볼 수 있었다.


고 작은 손들을 함께 잡으며 서로의 세계를 나누는 모습들이 얼마나 귀하고 예쁘던지. 그것만으로도 되었다 싶은 소풍이었다.


앞으로 나는 나의 아가를 키우면서 단 한순간도 아이의 사회생활을 완벽하게 알지 못할지도 모른다.


엄마가 없는 공간, 가족들이 없는 곳에서 내 아이는 내가 전혀 알지 못하는 모습일지도 모르지.


그것이 두렵기는 하다.


그래도 부디 내 아기가 그 어떤 순간에도 엄마가 자신의 버팀목이 된다는 사실을 늘 기억하며 자신만의 사회생활을 만들어나가길 바랄 뿐이다.


내 아기의 인생이 소풍같이 늘 즐겁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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