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유이배 Oct 30. 2018

24. 육아는 어쩌면 기다림이 전부인지도

내 어린 아기는 낮잠에서 깨고나면 “엄마” 라며 우는 소리를 하곤 한다. 물론 일하는 엄마인 나로서는 그 마저도 주말에만 확인할 수 있을 뿐이다.


주말의 낮잠에서 깬 아이가 울먹이며 “엄마”라고 하면 나는 반사적으로 “응! 엄마 여기 있어. 우리 아가 깼니?”라며 얼굴을 보여준다.


엄마와 눈을 마주친 아기는 “안아줘”라며 응석을 부린다. 잠에서 덜 깨 축 늘어진 13kg가 넘어버린 아이를 안는 것은 이제 쉽지만은 않지만, 그래도 눈을 뜨자마자 엄마를 찾은 아이를 잠시라도 품에 안지 않을 수는 없다.


“우리 예쁜 아가. 잠에서 아직 덜 깼구나.” 엄마가 다정하게 토닥거리는 순간, 아기는 엄마 품 외에 아무 것도 필요없는 것처럼 투정을 부린다.

어제는 몸이 특히 힘들었던터라 아이를 길게 안아줄 힘이 없었다. 1초라도 빨리 아이를 내려놓고 싶은 마음에 과자로, 우유로 계속 유혹해 보았다.


“내려가면 엄마가 까까 줄게.”

“우리 아기, 딸기우유 먹을래요?”


그래도 아이는 “시러”라며 더 깊이 품을 파고든다. 잠에서 덜 깨 온 몸과 마음이 찌뿌드드한 이 순간 아기에게는 엄마 품만큼 절실한 것이 없다는 듯 말이다. 그렇지만 엄마의 입에서는 야속하게도 “엄마 힘들어”라는 소리가 나온다. 결국 억지로 떼어놓게 된 아이는 주저앉아 와락 울음을 터뜨리고 만다.


달래는데 꽤 애를 먹은 주말의 어느 초저녁. 그 순간의 아이의 서러움이 이해가 될듯도 말듯도 싶었다.


일요일인 오늘은 아이를 재우고 난 뒤, 어느 때처럼 어질러진 장난감을 치우고 설거지를 하고 요가를 좀 하고난 다음 비로소 남편과 차 한잔 하는 여유를 누리고 있었다. 그 순간, 아이가 잠들었던 방에서 부스럭 소리를 낸다. 얼마 되지 않아 “엄마!” 라는 울먹임이 이어진다.


아이에게 가서 “일어났어? 엄마 거실에 있을게. 나오고 싶을 때 나와” 라고 말해주고는 남편과 남은 차를 마셨다. 아이는 10분 정도 더 누워있다 거실로 나오더니 예외없이 엄마 품을 파고 들었다.


다행히 소파에 앉아있던터라 아이를 오래 안고 있을 수 있었다. 아이는 엄마 품에 포옥 안겨 남은 잠을 마저 잤다. 30분 넘게 그러고 있었더니 아이는 안정을 찾은 듯 혼자 툭 떨어지려 했다.


그 순간 다시 한번 육아에 있어 기다림이란 얼마나 중요한 것인지 깨닫게 됐다. 충분히 안아줬더니 아이는 스스로 안정을 찾아가기 시작했던 것이다.

아직 어린 아이는 많은 것이 낯설고 서툴다. 그럼에도 어른의 세계에 익숙한 엄마는 성급하게 아이를 재촉하곤 한다. 충분히 안고 있는 시간도 사실 그리 많지 않다. 잠에서 깬 그 순간만큼은 아이가 원하는 만큼 안아줄 수 있도록 노력해야겠다 싶었다.

 

그리고 앞으로 아이의 보호자로 살아갈 남은 삶에 있어서 아이를 충분히 기다려주는 엄마가 되고자 마음 먹었다. 그러려면 충분히 기다려주면 내 아이는 스스로 일어설 수 있다는 믿음을 항상 되새겨야 겠지.


얼마 키워보지 않은 초보 엄마이지만, 엄마란 결국 기다림과 동격이 아닌가 싶다.

매거진의 이전글 23. 내 작은 아기의 사회생활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