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 서른다섯, 내 인생 첫 자격증

by 유이배

서른다섯에 첫 자격증을 땄다.


요가를 시작하면서 막연하게 언젠가는 깊게 배워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긴 했다. 나도 잊어버리고 있었지만 3년 전 너무나 힘들었던 전 직장에서 ‘출산 후엔 꼭 요가 지도자 자격증을 따 보고 싶다’란 결심을 일기장에 적기도 했다. 내겐 일종의 버킷리스트인 셈이었다. 버킷리스트란 참 거창하게 들리지만 그 거창함 탓에 웬만한 동기부여 없이는 쉽사리 마음먹기 힘들다.

전 직장에서 시달릴 때로 시달려봤고 다시 옮긴 새 직장에서 마음을 잡으려 해도 사양산업의 한계를 느끼던 내게 요가 지도자 자격증은 최후의 보루 같은 느낌이었다. 결국 나는 탈출구 없는 인생을 바꿔보려고 내 삶을 흔들어버렸다.


유연하지 않은데 괜찮을까요


나이가 많은데 가능할까요


첫 상담 때 이런 질문을 던졌지만 속으로는 ‘그렇다한들 나는 이제 이외에 다른 길이 없다’는 일종의 비장함 같은 것이 있었다. 적어도 요가는 지금 다니는 직장보다는 더 길게 일할 수 있을 테고, 여자라는 이유로 차별받지 않으며, 내 수업만큼은 내가 주도적으로 진행할 수 있을 것 아닌가. (물론 젊은 여자를 선호하는 센터는 나이 든 사람을 채용하기 꺼려할 수도 있고, 여자란 이유로 차별받진 않을 수 있으나 프리랜서 즉 비정규직의 취약함에 노출될 테지만)


무엇보다 내가 노력한다면 성취를 할 수 있다는 사실이 날 설레게 만들었다. 한때는 지금 몸 담은 이 직업에서도 그런 희망이 있던 시절이 있었는데. 그러나 더 이상 노력과 성취는 정비례하지 않는 직장생활. 아니 노력의 종류가 달라졌다. 업무의 질을 높이려는 노력은 쉽게 폄하되고 이제는 윗사람에게 잘 보이기 위해 아랫사람을 갈아야만 조직 안에서 인정받는 중간관리자가 될 수 있었다. 체질에 맞지 않는 감투는 고통이었다.


그런 차에 요가는 사라진 듯한 내 커리어들이 다시 꿈틀거리는 것 같은 기분을 들게 해주는 존재였다. 나는 한참을 설레었다.


마침내 12주 과정을 시작하던 날, 자기소개를 하는데 울컥 눈물이 쏟아졌던 것은 내 이런 사적인 비장함이나 나를 기어코 여기까지 오게 만든 수많은 서러운 이유들이 순식간에 스쳐갔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12주는 요가강사가 되기에 짧은 시간이라 생각됐던 시간이었음에도 호락호락하지 않았다. 직장과 육아를 병행하며 매일매일 과제와 수련을 하며 주말 5시간 수업을 듣는다는 건 가족들의 수많은 양해가 밑바탕이 되어야 했다.


한창 더울 때 시작된 과정은 맹추위 직전에야 마무리가 되었다. 계절이 두 번이나 바뀔 동안 동기들 중 누군가는 결혼을 했고 누군가는 연인과 헤어지고 또 누군가는 임신을 했다.(마지막 누군가는..... 나다...)

인생의 크고 작은 일들이 오가는 와중에도 같은 목표를 보며 함께 달렸던 우리들은 꽤나 돈독해졌다. 마지막 날에는 함께 눈물을 훔치며 그동안의 노고들을 축하했다.


돌이켜보니 대학시절의 토익이나 HSK, 흔한 운전면허 외엔 내 인생 첫 자격증인 요가 강사 인증서를 품에 안은 순간. 그 감격은 생각보다 컸다.


비록 나는 임신이라는 변수를 만나 요가 강사로의 새로운 도전은 미뤄두게 됐지만 내 동기들은 하나둘씩 꿈을 이뤄나가고 있는 모습을 보면 많은 용기를 얻는다. 이 길 역시 결코 순탄치 않을지라도, 노력하면 성취할 수 있다는 믿음이 주는 상쾌함이 아직은 나와 요가 사이에 머물고 있다.





아래 동영상에서는 제가 취득한 과정 및 요가강사로서 고민되는 여러 부분, ex) 어떤 과정을 따는 것이 좋을까요? 요가강사는 얼마나 버나요...와 같은 디테일한 부분들을 공유합니다. 요가 지도자 과정에 앞서 제가 가장 고민되었던 부분들에 대해 솔직하게 이야기 해보았습니다.


https://www.youtube.com/watch?v=VeXHun5ySco&t=38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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