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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배 Dec 30. 2018

20대에 결혼하겠단 후배를 뜯어말린 이유

<결혼에 대한 조언>

드물긴 하지만 가끔 20대 후배들이 결혼을 진지하게 고려하는 경우를 보곤 한다. 나는 자동반사적으로 “굳이 왜 지금?” 이라고 반응한다. 후배라고 한들 남일 뿐인데 남의 연애사에 이러쿵저러쿵 하는 것은 결국 꼰대들과 다를 게 없음에도 나도 모르게 말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게 되는 순간이다. 


그건 아마도 내 20대를 떠올려봤을 때, 그 시절 기어코 결혼을 했더라면 삶이 그리 행복하지 않았을 것이라는 추측 (실은 확신) 때문이다. 20대에 결혼하지 말라는 내 꼰대질은 결국 스스로 20대를 미숙하고 어리석게 지나간 한 30대 언니의 오지랍일 뿐이라는 점을 미리 전제한다.


결혼은 막상 해보니 내가 생각했던 것 이상으로 무게감이 상당했다. 결혼 전에는 삶을 온전히 내 스스로 콘트롤 할 수 있었다면 결혼 후 내 삶은 운전대를 잡은 사람들이 나 외에도 꽤 많다는 기분이 들곤 한다.


물론 결혼도 그렇지만 임신과 출산과 육아 이후엔 정도가 더 심해졌다. 그렇게 결혼이라는 제도에 들어가면서 나라는 개인은 감당해야 할 책임감의 양이 두 세배가 늘어났다.


이런 이야기들이 그리 낯설게 들리진 않을 것이다. 나 역시 이십대엔 이런 이야기들을 귀에 딱지가 앉도록 들었지만, 딱히 와닿지 않았던 것이 사실이다.

몇 번의 연애가 실패하고 나자 내 짝을 만나 결혼만 하게 되면 좋아하는 사람과 내내 붙어있을 수 있는 안정감은 더 없이 매력적으로 느껴졌다. 자유의 박탈이라니. 가슴이 무너지는 실연의 아픔이나 혹독한 외로움에 비하면, 충분히 감당할 수 있는 사소한 문제로 여겨지기도 했다. 


아, 그런데 그렇다 하더라도 20대에 결혼의 제도로 성큼 들어가는 것은 너무나 아깝다. 20대의 나를 돌이켜보면 하고 싶은 것이 참 많았다. 도전이라 이름 붙일 만큼 거창한 것들도 있었지만 지극히 사소하게 해보고 싶은 것들도 많았고 그런 것들을 할 때의 행복감도 컸다. 훌쩍 혼자 여행도 가볼 수 있을테고, 새로 만든 취미에 흠뻑 빠져볼 수도 있다. 지금 직장이 마음에 안찬다면 공부를 해보아도 늦지 않은 나이이기도 하다. 혹은 지금 하는 일이 너무 만족스럽고 이 안에서 뭔가를 이뤄보고 싶다면 다른 것 생각않고 그저 일에 몰두해 볼 수 있는 시기이기도 하다.


하지만 결혼이란 제도 안에 들어서면 이런 사소한 일들 조차 하기가 좀처럼 쉽지가 않다. 주변에 챙겨야 할 것들도 한 두개가 아니다보니 이런 사소함들이 내 자신만 생각하는 이기심이 되기도 한다. 내가 후배들에게 결혼을 굳이 20대에 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하는 이유는, 바로 여기에 있다.


그 어떤 방해도 받지 않고 그저 자신이 해보고 싶은 것들을 충분히 해보길 바라는 마음이다. 그런 경험들은 크고 작건 간에 나라는 인간을 제대로 탐구해보는 시간이 되기도 한다. 이런 시간들 없이 내 젊음을 허비하고 나서 나훗날 나이가 들고 나서야 '나라는 인간은 대체 무엇을 원하는 걸까'라는 질문에 답을 찾게 되는 것은 끔찍하지 않을까.  


그렇지만 아무리 생각해도 타인이 엄청난 고민 끝에 마음 먹은 결혼을 구태여 뜯어 말리는 것은 오지랍인 것 같긴하다. 누군가 결혼하겠다 한다면 그저 축하해주는 것이 옳은 일일 것이다. 그래도 속으로는 남몰래 이렇게 물어볼 것 같긴 하다. 


“그 남자와 결혼하려는 이유가 뭐야? 결혼하고 나면 사라질 많은 것들.. 너의 희생에 대해 준비가 되어 있니? 아니, 넌 지금 결혼이 대체 뭐라고 생각하고 있는거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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