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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이배 Jan 02. 2019

육아와 결혼이 인생의 무덤까진 아닙니다만

<결혼과 육아를  막연하게 부정적으로만 보는 사람들에게 하고 싶은 말>

20대의 결혼을 무작정 반대하고 있다고 했다. 그러나 주변에서 하나둘씩 결혼을 하기 시작하는 30대는 확실히 다르다. 주변에서 결혼을 하니 너도 결혼을 할 때가 왔다는 말을 하려는 것은 아니다. 다만, 가까운 사람들이 결혼을 하는 과정과 결혼생활을 하는 것을 직접 보게되면 결혼이라는 것에 대한 나의 생각들에 확실히 현실감이 실린다.


결혼이 마냥 인테리어 매거진에 나오는 예쁜 집과 반짝반짝 새 가전가구, 예쁜 웨딩드레스와 신혼여행일 것만 같았던 20대에는 누군가 결혼한다고 하면 “꺄악꺄악” 거리며 “네가 결혼한다고? 말도 안돼” 라며 소란을 떨 뿐이었다. 그런데 30대가 되니 결혼에 이르는 비용 문제나 양가의 갈등 문제까지 어느 하나 쉬울 것이 없다는 친구들의 이야기가 귀에 쏙쏙 박힌다.


그러니 확실히 남자를 보는 눈이 달라진다. 과거에는 그저 돈 많이 벌고 차도 있고 나한테 잘 해주는 남자(=친구들한테 자랑할 수 있는 남자)를 만나고 싶어했다면, 결혼이 현실로 다가오니 천성이 착하고 유해서 갈등 상황에서도 모난 구석이 없는 남자, (싸울 때마다 당황스러울 정도로 비뚤어진 비상식적 모습을 대면하는 것은 사람 미칠 노를이니까) 투박하고 까칠한 경상도 친정과도 무난하게 잘 섞일 수 있는 남자, 부지런해서 미래가 보이는 남자를 만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렇게 남자를 보는 눈이 바뀌는 것은 결혼이 현실이 되면서 생기는 나의 생존본능 같다는 생각도 들었다.

그런 생각 가운데 지금의 남편을 만났는데, 남편은 아니었다고 말하지만 (-_-;;) 나는 남편을 만나고 얼마 되지 않아 이 남자와 결혼하겠다는 생각을 굳혔다. 그렇게 연애 1년 만에 비교적 무난하게 결혼을 하게 됐다.


그 즈음엔 결혼에 대한 마음가짐도 현실적이 되었고 결혼으로 인해 내가 희생해야 할 것과 그로 인해 얻는 것에 대해 막연하게 나마 정리가 되어 있었던터라 ‘현타’ 없이 신혼의 달콤함 속에 안착할 수 있었다.


물론 임신, 출산, 육아는 다른 문제다. 훨씬 고차원적이고 인간 본성과 동물적 본능까지 닿는 이 문제는 정말이지 내 근간을 다 뒤흔들어 놓았다. 희생의 범주 역시 차원이 달랐다.


그렇지만 이 모든 것이 인생의 무덤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오히려 그 모든 희생에도 불구하고 아기가 주는 행복감이 얼마나 큰 지를 깨닫게 됐다.  핏덩어리 같은 생명체가 내 배 위에 얹혀졌을 때의 감격과 이도 없는 작은 입으로 웃는 순간을 보는 감동은 그 크기가 어마무시했다.


그래도 이런 행복을 온전히 즐길 수 있는 여유는 그나마 내가 결혼이라도 준비되어 있었기에 가능했다고 생각한다. 아무런 마음의 준비 없이 이 모든 것을 한꺼번에 감당한다는 것은 정말이지 힘들었으리라. 그리고 함께 육아를 하는 파트너의 역할 역시 절대적이다. (그래서 더더욱 내게 맞는 남편을 만나야 한다)


어느 정도 준비가 되어있다면, 생각만큼 결혼, 임신, 출산, 육아는 인생의 무덤까진 아니라는 말을 해주고 싶다. 다만, 그 이전의 삶이 전생의 그것처럼 멀게 느껴지긴 한다.


그러니 20대 들이여. 부디 그 시기에 즐길 수 있는 것들을 맘껏 즐겨라. 살아보니 그 날들도 순간이었다. 양껏 즐긴 순간이 지나고 나면 내 마음 한 구석에도 안정감과 구속감을 원하는 또 다른 본성이 고개를 삐죽거릴 때 그 때 결혼과 육아에서 치르게 될 희생과 그로 인해 얻을 행복을 저울질 해보자. 저울이 균형을 이뤘다 판단할 때 당신은 이미 아내가 될, 그리고 엄마가 될 준비가 된 것 이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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